“융합 기술이 발전하려면 융합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른 분야의 학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 ‘융합기술연구거점센터’ 설립을 제안할 것입니다.”
한국공학한림원 융합기술발전위원회의 이건우 위원장(55·서울대 교수·사진)은 “융합기술연구거점센터를 통해 과학자는 물론이고 인문학자까지 다른 분야의 최신 동향을 확인하고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센터를 지역이나 연구 특성에 맞게 설치한 뒤 포럼 등을 자주 열어 자연스럽게 지식이 소통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1년 전 학계, 정부, 기업, 연구소 전문가 16명으로 융합기술발전위원회를 조직하고 융합기술 연구를 촉진할 방안들을 연구해 최근 ‘국내 융합연구와 교육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을 지냈다.
“융합기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진정한 융합 연구가 가능합니다. 융합을 또 다른 학문 분과로 보는 풍토도 없애야 합니다.”
이 위원장은 “융합기술에 대한 인식, 융합 기술 및 연구 인프라 부족 등이 큰 문제다. 학계 및 산업계에서 말로는 융합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융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시대 변화속도가 빠릅니다. 이런 속도에 대응하려면 대학교 학부에서는 기초과학과 의사소통 소양을 배양하고, 대학원에서는 다양한 과학기술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과제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 위원장은 현재의 분과별 학문 체계에서는 학생들이 융합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힘들다고 봤다. 강의실과 교과서를 넘어 산업과 연계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배우는 체제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경쟁적으로 만드는 융합대학원은 산업체 종사자들이 자신의 업무로 대학 연구진과 소통하면서도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유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연구 프로젝트 배분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연구비 지원 제도에서는 융합형 학문에 투자하기 힘들다”며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융합 연구자들을 믿고 지원해주어야 연구와 교육 환경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이번 보고서를 중심으로 정부나 사회에 적극적으로 융합기술 육성정책을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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