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 연구도 IT도움 필요 학문융합이 당면과제 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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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융합과학 학술교류회
주요참가자들 발언내용 소개


‘쿵쾅쿵쾅, 두근두근, 콩닥콩닥.’ 사람의 심장은 평생 약 20억 번 뛴다. 평소에는 ‘콩닥’거리며 뛰지만, 긴장하면 ‘두근’거리고, 달릴 때는 ‘쿵쾅’댄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단백질만 약 100종류다.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유전자와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기 위해 학자들은 단백질 하나하나를 들춰 보기도 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찾지 못했다. 의학만으로는 한계였다.

엄융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심장 박동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생물학적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생체정보학, 수학, 물리학, 공학, 기초의학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등 융합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2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융합과학 학술교류회’에서는 국내외 융합과학의 새로운 흐름과 발전방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동아사이언스가 후원했다.

○ 분자안테나 로봇으로 바이오반도체 만든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흥미로운 융합연구 사례들이 소개됐다. 분자안테나를 단 로봇이 좋은 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바이오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 광학영상기술로 나노 단위의 세포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도 공개됐다. 신약 개발 및 차세대 의료영상 시스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청각장애우를 위한 ‘소리지각 뇌기능 분석’, 친환경 염료 산업을 위한 ‘천연염색 표준화 기술 연구’ 등이 발표됐다. 엄 교수는 “정보기술과 공학, 의학을 결합해 컴퓨터에 가상 세포, 가상 장기 등을 만들고 나아가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며 “자잘하게 나뉜 현재의 과학체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융합과학 접근은 선진국에서도 다양하다. 일본은 국책과제로 생물 시스템을 컴퓨터를 통해 연구하는 ‘바이오시뮬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다양한 학문으로 생명을 이해하려는 ‘멀티스케일 모델링 구상’ 프로젝트를, 유럽연합(EU)은 ‘환자 맞춤형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맞춤의약 연구를 하고 있다.

○ “고교 문·이과 폐지해야”

참가자들은 국내 융합과학에 대한 조언과 쓴소리도 아낌없이 던졌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기후, 고령화, 자원 고갈 등 10년 내에 우리가 당면할 과제는 어느 학문 하나가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학문의 경계를 넘은 ‘범학문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도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등 융합은 거스를 수 없다”며 “학문도 (학문의) 고객을 중심에 놓고 무엇을 어떻게 융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정책 지원도 시급하다. 박영준 국가핵심연구센터(NCRC)소장 협의회장(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은 “융합부분 연구 과제는 지원 기간이 더 길어야 하며 후속 연구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을 폐지해야 하며 대학에서도 이공계와 인문계를 함께 가르치는 등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융합과학은 연구할 것도 많고 재미있다는 것을 학생과 연구자들이 인식하고 이 분야에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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