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은 약손” 치료 효과 입증

  • 입력 2009년 10월 13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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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이용해 배앓이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온라인 과학신문 '유레카얼러트(www.eurekalert.org)'와 영국 BBC 온라인 판에 따르면 미국 연구진은 최근 어린이들에게 편안한 상상을 하게 하는 최면이 소아 복통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아과 저널' 11월호에 발표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잦은 복통은 어린이 5명 중 1명꼴로 앓을 정도로 흔하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병원과 듀크 대학 의료센터 소아 소화기 전문 내과 의료진은 6세에서 15세 사이의 아동 30명을 대상으로 일종의 최면 요법인 '상상 치료' 실험을 했다. 15명에겐 의학적 치료와 상상 치료를 병행하고 나머지엔 일반 의학 치료만 했다.

연구자들은 심리 치료사가 부족하자 심리 치료 내용이 녹화된 CD를 활용하는 방안을 냈다. 8주 동안 하루 20분씩 어린이들에게 CD를 틀어주고 지시 내용에 따라 상상을 하게 했다. CD를 활용한 치료는 집에서도 할 수 있다.

CD에는 "즐거운 상상을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용을 보면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배앓이 하는 아기의 배를 살살 문지르는 우리 민간요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구름 위를 떠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든가, 아이들의 두 손에 신기한 빛나는 물질이 녹아 있는데 그 손을 배에 가져다 대면 따스한 기운이 뱃속으로 스며들어가 배를 보호해 준다는 식이다.

치료가 끝났을 무렵 상상 치료를 함께 받은 어린이 73.3%가 복통 발생 빈도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일반 의학 치료만 한 그룹에서는 26.7% 만이 치료 효과를 봤다.

다음에는 일반 의학 치료만 했던 어린이들에게 상상 치료를 병행하자 58.3%가 복통 완화 효과를 봤다.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일수록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치료 효과는 6개월까지 지속됐다. 6개월 후 두 그룹을 합쳤을 때 62.5%의 어린이들이 치료 효과를 봤다.

연구팀 지도 교수인 미란다 반 틸버그 박사는 "이 같은 자가 치료법은 매우 저렴하고 다른 치료와 같이할 수도 있다. 자주 배앓이를 하는 어린이들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라며 "어린이들은 상상력을 매우 잘 활용한다. 성인이 상상 치료를 하려면 우선 마음속 장벽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최면술이 '과민성'을 줄여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범주의 성인 복통도 치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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