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 8m ‘파도 괴물’ 덮쳐”

  • 입력 2009년 10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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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아 쓰나미’ 생존자들이 전하는 당시 상황

남태평양 섬나라 사모아 남쪽 유명 휴양지인 시브리즈 리조트 호텔에서 잠을 자던 호주인 크리스 부스 씨 부부는 지난달 29일 오전 7시쯤 몸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부는 호텔 창문 너머로 바닷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곧이어 바다 속 산호초들이 드러났다.

그러고는 몇 분 뒤 높이 8m쯤 되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리조트를 향해 순식간에 몰려왔다. 부스 씨 부부도 거센 파도에 떠밀려 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후 가까스로 계단 난간을 붙잡았다. 이어 난간마저 떨어져 나가 또다시 파도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겨우 호텔 벽면을 붙잡고 사투를 벌이면서 그들은 “죽음의 순간을 느꼈다”고 말했다. 10여 분 후 바다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졌다. 그러나 리조트 주변엔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

이날 사모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은 해안에서 193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 때문이었다. 이후 곧바로 쓰나미가 사모아 섬 1.6km 안까지 몰아닥쳤다.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는 긴급경보를 발령했지만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은 불과 10분도 되지 않았다. 미국령 사모아에 사는 존 뉴턴 씨(66)도 이날 아침 지진의 충격으로 침대에서 떨어졌다. 그는 “몇 분 후 바다가 갑자기 산처럼 일어나더니 쓰나미가 마을을 덮쳤다”고 말했다. 쓰나미가 지나간 거리에는 자동차, 요트, 어선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빌딩에 처박혀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아시아 쓰나미 참사 이후 지난 몇 년간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지만 무용지물임이 드러났다고 1일 지적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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