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미니홈피도 죽어야 되나”

  • 입력 2009년 9월 27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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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당신이 떠나 천상으로 가신 1주기… 마음이 착잡하네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계신가요. 보고 싶어요."

"항상 그리운 언니. 언제나 생각합니다. 오늘도 언니 방에 들릅니다."

2008년 10월 2일 배우 최진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지 일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가 생전 운영하던 미니홈피는 일년 전 그대로다. 하루에도 수 천 명씩 최진실을 기억하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일부는 일촌평을 남기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지난 2007년 사망한 배우 정다빈의 미니홈피도 마찬가지. 미니홈피는 생전 그가 운영하던 그 모습 그대로 정지되어 있지만 팬들은 글을 남기며 그를 추억하고 위로한다.

이는 유명 연예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리꾼 A씨는 3년 전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정기적으로 친구의 미니홈피에 접속한다. 친구가 떠난 뒤엔 친구의 누나가 미니홈피를 대신 관리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진 않지만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남긴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일부러 친구와의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누리꾼 B씨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형의 블로그를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형이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들은 것. 가능하다면 형을 대신해 블로그를 관리하고 싶지만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고 블로그를 관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없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운영하던 이용자들이 사망했을 경우를 생각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 정책은 없지만 원한다면…

미니홈피 '싸이월드'를 운용하는 SK 커뮤니케이션즈는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이 사망증명서를 제출하고 폐쇄를 요청하면 미니홈피를 폐쇄한다. 미니홈피를 대신 관리하고 싶다면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사망증명서를 제출하고 비밀번호를 요청하면 된다.

SK 커뮤니케이션즈의 신희정 과장은 "유명 연예인이 사망한 경우 유족들이 미니홈피를 대신 관리하길 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인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유족들의 요청이 없다면 미니홈피는 방치된다.

네이버의 운용업체인 NHN은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라도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는다. 단 유족이 사망증명서 등 서류를 제출하면 e메일 내역이나 블로그에 올린 글 등은 문서나 e메일 등으로 전달한다. 블로그에 비공개 글이 있다고 해도 유족이 원한다면 공개한다. 유족이 요청한다면 탈퇴도 가능하다.

●해외 업체들, 기존 정책에 따라…

소셜네트워킹사이트인 페이스북은 지난 2007년 관련 정책을 마련했다. 이용자들의 사후 관리에 눈을 뜬 계기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총기난사 사건인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페이스북의 엘리자베스 린더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사망한 이용자를 관리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사망자의 계정을 삭제하곤 했지만 사건 희생자들의 친구를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자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 계정을 삭제하는 대신 추모게시판 형식으로 운영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추모게시판에는 기존에 등록되어 있는 친구들이 글을 남길 수 있고 과거 글을 볼 수 있다. 유족이 원할 경우 계정은 삭제할 수 있지만 비밀번호를 알려주진 않는다. 이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겠다는 것. 또 다른 소셜네트워킹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e메일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사후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야후! 메일은 이용자가 사망한 후에도 보안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유족이 원할 경우 e메일 내역을 CD에 담아 전달하지만 비밀번호를 알려주진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핫메일(Hotmail)과 구글의 지메일(Gmail) 또한 사망증명서를 제출할 경우 유족에게 이용자의 과거 e메일 내역을 CD로 전달한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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