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붐… 의사 기자가 직접 로봇팔로 시술해보니

입력 2009-07-20 02:56수정 2009-09-2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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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조종하는 수술로봇기기는 조종간, 로봇팔, 보조장비 등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가 조종간에 양 엄지와 검지를 끼우고 직접 수술로봇기기를 작동하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 촬영
전립샘암에 적당… 고비용이 흠

접근 힘든 부위 떨림없이 ‘콕’
적용 분야 아직은 많지 않아

17일 오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봇 수술 트레이닝센터. 의료진 교육을 위해 6월 개장한 이곳엔 사람의 손을 대신해 수술하는 로봇기기 ‘다빈치’가 있다. 1999년 미국에서 보급된 다빈치 수술 로봇은 2008년 현재 세계적으로 946대가 보급돼 있다. 아시아에선 48대. 이 중 한국이 20대로 가장 많다. 일본은 겨우 4대. 그러다 보니 병원 간에 다빈치 수술 환자 유치 경쟁이 뜨겁다.

잠시 의사로 돌아가 직접 체험을 해봤다. 수술대에는 사람 대신 돼지가 실습용으로 올려져 있었다. 먼저 간단한 기계조작법을 들었다. 조종간의 손가락을 끼우는 장치에 양쪽 엄지와 검지를 끼운 뒤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로봇팔도 따라서 움직였다. 손을 떨어도 로봇 팔에 떨림이 전달되지 않았다. 교육을 받은 지 30여 분 만에 돼지 내장의 일부를 도려낼 정도가 됐다. 조작은 간단한 편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명백히 효과가 밝혀진 로봇 수술 분야는 비뇨기과의 전립샘암 정도. 올해 4월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된 2314건의 로봇 수술 중 971건이 비뇨기과질환이었다. 신장암(부분신장절제술) 및 방광암, 대장암(직장암)도 로봇 수술 분야로 꼽히지만 논란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복강경시술 등 기존 치료법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아직 빈약하기 때문이다. 식도암과 심장 수술 분야도 마찬가지.

이강영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교수는 “현재 로봇 수술 연구에서 의사들이 동의하는 부분은 로봇 수술이 기존의 방법보다 못하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이제 시작단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센터의 나군호 교수는 “접근이 힘든 수술 부위에서 떨림 없는 동작으로 수술할 수 있는 로봇 특유의 장점이 있는 한 질환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균 1000만 원 가까이 드는 고가의 수술비용도 문제. 과연 그만 한 값어치가 있는 수술인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일반 수술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 비싼 것은 로봇 팔에 사용되는 소모품 때문. 제작회사는 로봇 팔에 사용되는 핀셋, 가위 등 소모품을 10회 이상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한 번 수술을 하면 순수 소모품 비용만 200만∼300만 원이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로봇 제작회사가 수술비를 결정하는 셈이다.

병원도 부담이다. 대당 20억∼35억 원이나 하는 로봇기기의 1년 유지비만 1억 원이 넘는다. 한 대의 로봇기기로 100∼150명을 수술해야 손익분기점에 이른다.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대형 병원 몇 곳을 빼면 나머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병원에선 너도나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로봇 수술 마진보다는 로봇 수술기기를 보유하면 병원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일본에서는 자체 기술로 로봇기기를 생산할 계획이라 다빈치 도입률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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