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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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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오디오업계의 눈이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 엠씨랩에 쏠리고 있다. 이 기업이 개발한 오디오 케이블(전선) ‘솔리톤’ 덕분이다. 2.3m 길이의 전선이 950만 원이다. 비싸지만 잘 팔린다. 네덜란드와 일본에 수출도 된다.
솔리톤은 보통 금속이 아니라 단결정 금속으로 만든다. 단결정이란 내부 구성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순수한 고체. 다이아몬드나 루비 같은 보석, 투명한 소금 등이 단결정이다.
엠씨랩은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인 단결정은행에서 단결정 은을 공급받는다. 보통 은은 내부 원자가 불규칙하게 배열돼 있어 사이사이에 틈이 생긴다. 이걸로 오디오용 전선을 만들면 소리가 변형돼 잡음이 생길 수 있다. 정세영 엠씨랩 대표(부산대 교수)는 “단결정 은은 내부에 틈이 없어 오디오용 전선을 만들면 소리가 훨씬 맑고 깨끗하다”고 설명했다. 단결정은행은 약 200종의 단결정을 보관하며 연구자나 기업에 싼 값으로 공급해준다. 10원짜리 동전만 한 구리 단결정은 10만 원대. 일본에서 수입하면 250만 원 가까이 된다. 단결정은행처럼 연구나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는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은 국내에 39곳이 있다. 이연희 연구소재중앙센터장(서울여대 교수)은 “소재은행의 연구재료 수입 대체 효과가 지난해에만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생명공학벤처기업 코젠바이오텍은 호박과 수박, 참외 등 박과 식물에 피해를 주는 15종의 병원성 바이러스를 식물바이러스은행에서 무료로 제공받았다. 이를 이용해 지난달 새로운 바이러스 질병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소재은행은 신약개발에도 한몫한다. 동화약품은 내성균에 대해서도 약효를 내는 새로운 항생물질(DW224a)을 개발해 유럽과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최동락 동화약품 박사는 “항생제내성균주은행 덕분에 여러 내성균에 대해 새 항생물질의 약효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식물바이러스은행은 현재 약 780가지의 식물바이러스를, 항생제내성균주은행은 약 1만2000가지 내성균을 확보하고 있다.
질 좋은 연구소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는 한 나라의 과학기술 역량과 직결된다. 하지만 이연희 센터장은 소재은행 하나가 나라에서 지원받는 액수는 한 해 평균 1억 원 수준으로 기술 개발은커녕 현상유지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