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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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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시위’ 비판 칼럼 제시
동조하는 댓글 고르게 하니 지위낮은 그룹의 3배 ‘악플’
사회 경제적 지위와 악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악플을 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정한 사회적 이슈로 인해 좌절감이 커진 상황’에서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악플러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퍼듀대 김정남 박사는 지난달 서강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익명의 로그인-상황에 의해 촉발되는 악플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평소에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의견을 나타낼 때 사회적 규범에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 적대성을 억누른다”며 “그러나 특정 문제 상황에 대한 좌절감이 커졌을 때는 익명성의 유혹에 끌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평소에는 문제 상황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여 곧바로 악플 게시 등 행동에 옮기지만 좌절감이 커지면 거꾸로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아예 포기해버린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는 김 박사 등 연구팀이 지난해의 최대 이슈였던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실험 참가자 300명의 사회 경제적 지위와 악플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우선 쇠고기나 시위 문제에 대해 주위 사람들과 토론을 하거나 관련 기사를 접할 때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고 답한 140명을 좌절감이 큰 집단으로, 그렇지 않은 160명은 좌절감이 작은 집단으로 각각 분류했다. 이어 이들에게 유모차 시위에 나선 주부들을 극단적인 어조로 비난한 글을 읽게 하고 사전에 준비한 댓글 5개 중 1개를 고르게 했다. ①, ②번은 칼럼을 이성적으로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이었고 ④, ⑤번은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른바 ‘악플’이었다.
조사 결과 좌절감을 덜 느낀 사람 중에서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그룹의 악플 비율이 18.6%로 지위가 높은 그룹 7.7%의 2.4배였다. 반면 좌절감을 크게 느낀 사람 중에선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쪽에서 악플 선택 비율이 18.6%로 지위가 낮은 그룹 5.1%의 3.6배에 달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