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式 줄기세포 연구 허용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생명윤리위, 중단 3년만에 조건부 승인… ‘황우석 연구 재개’는 불허할 듯

황우석 사태 이후 국내에서 3년간 금지됐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사실상 승인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생명윤리위는 차병원에 △파킨슨병, 뇌중풍(뇌졸중), 척수손상 등 질병 이름을 명시하면 과도한 기대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명칭을 ‘인간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 확립에 관한 연구’로 변경할 것 △병원 내 윤리위원회(IRB)에 보건복지가족부, 생명윤리관련학회에서 추천한 생명윤리전문가를 보강할 것 △난자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또 복지부에 차병원 연구의 사후관리방안을 질병관리본부, 배아연구전문위원회와 함께 마련해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차병원이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면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연구 계획을 최종 승인하게 된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윤리위원회가 고심을 거듭해 심의한 내용인 만큼 앞으로 차병원 측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에 연구가 허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생명윤리위 관계자는 “차병원의 연구 승인과 황 박사의 재기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며 “황 박사의 경우 개인의 윤리적 문제로 승인을 거부한 것인 만큼 이러한 원칙이 변경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차병원 연구팀이 사실상의 승인을 획득함에 따라 다른 연구기관의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 신청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복지부에 등록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기관은 박 교수팀을 포함해 모두 7곳이다.

한편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재개를 반대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형태의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역분화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난치병 극복과 인간 생명을 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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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임상연구-치료 터전 마련… 윤리적 한계 극복과제

생명윤리위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활성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일본 등에서는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쏟아 부으면서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1000여 개의 줄기세포연구기관에 연간 수조 원의 연구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연간 6억∼8억 파운드, 일본은 55억 엔 이상을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쓰고 있다.

김동욱 국가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은 “현재는 배아줄기세포뿐만 아니라 성체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 분야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각 줄기세포 연구가 장단점이 있는 만큼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은 “세계적으로는 이제 난자를 사용하지 않는 역분화줄기세포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난자를 사용하는 윤리적인 문제, 종양으로 갈 가능성, 면역거부반응 등 극복해야 될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차의과학대 차병원은 이번에 어렵게 승인을 받은 만큼 이른 시일 안에 다양한 장기(臟器)로 변화가 가능한 ‘체세포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정형민 차병원 교수는 “체세포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 과거 황우석 사태를 교훈 삼아 진짜 배아줄기세포인지 검증하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가 다시 재현될 수 있는 검증 과정까지 거치려면 길게는 3년 정도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차병원은 이렇게 만든 체세포배아줄기세포로 망막손상 관련 질환, 심혈관계 질환, 신경세포 분화, 혈액세포 분화 등의 기초 및 임상 연구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 차병원은 원활한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분당차병원 주변에 14만2220m² 규모의 국제줄기세포 메디클러스터를 2013년도까지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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