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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9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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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360'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19일 오전까지 2000여개의 감상평이 게재됐다. 첫 방송 직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열기다. 문제는 대부분 '시사360'측을 신랄히 비판하는 글이라는 데 있다. 바로 미네르바를 편파왜곡 보도했다는 이유에서다.
네티즌들은 방송에서 미네르바를 설명하면서 어두컴컴한 방에서 책상 하나 놓고 키보드를 치는 음침한 모습으로 그린 것에 대해 분노했다. 특히 '시사360'측이 미네르바 예측을 거론하며 "모두 맞지는 않았다. 한국은행과 IMF 달러스와프 체결 예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데 대해, 다음날 미네르바가 직접 나서 자신은 그런 예측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8일 밤 방송에서 이 대목을 정정하지 않은 대목을 누리꾼들이 질타하고 나선 것.
급기야 '시사 360'에서 미네르바와 관련한 인터뷰를 했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18일 밤 '시사 360' 게시판에 방송 내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미네르바에게 사과하는 글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김 교수는 방송에서 미네르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으며 게시판에 미네르바에게 공개 사과하는 형식의 글을 올려 방송을 우회적으로 힐난하고 나선 셈이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통위원을 지낸 김태동 교수는 '미네르바님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이 인터뷰를 하게 된 경위를 밝히며 "무엇이 가장 인상 깊은 예측이었냐기에 10월 하순 어느 날 환율이 1500원으로 폭등할 거라고 말씀하신 거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사이비 학자를 내세워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가 위기라고 했다가 갈팡질팡하는데 주권자인 국민은 정부도 안 믿을 건 안 믿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 참 똑똑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가 당신을 덜 칭찬해서 1초라도 더 화면에 비쳤다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덜 편파적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아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해봅니다"라고 거듭 미네르바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 뒤, '생방송360'측에 대해 "제게 왔던 PD는 좋은 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속은 알 수 없겠지요"란 말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다음은 김 교수 글 전문.
미네르바님 미안합니다(작성자 김태동)
KBS에서 월요일 12시쯤 전화가 와서 오후 4시쯤 인터뷰를 했습니다.
최근 KBS TV 쪽과 안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1)개편뒤 첫방송이라고 하고 (2) 담당 PD께서 간곡히 부탁하시길래 응했습니다.
12시 전화 시에는 미네르바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짜고짜 묻길래, 나보다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했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기에 중요한 예측을 많이 맞추셔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지요. 이런 답변이 아마 구색 맞출 '전문가' 찾는데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꼭 인터뷰 하자는 거예요.
4시에 와서 PD는 다섯가지 이상 질문을 했고 나름대로 성심껏 답변했습니다.
예측을 잘 맞추신 것에 대하여,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설명했지요. 한국은행 금통위원 4년 하는 동안 저는 한국은행의 우수한 인재들이 얼마나 예측에 노력을 집중하는가를 보았고, 그 결과가 때로는 얼마나 많이 틀리는가를 보았기 때문에, 예측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가장 인상깊은 예측이었냐기에 10월 하순 어느 날 환율이 1500원으로 폭등할 거라고 말씀하신 거라고 답변했고요.
미네르바 인기를 어떻게 생각하냐기에, 촛불 때처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답했어요. 정부가 사이비 학자를 내세워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가 위기라고 했다가 갈팡질팡하는데 주권자인 국민은 정부도 안믿을 건 안믿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 국민 참 똑똑하시지요? 상반기에는 촛불시위를 통해서, 하반기에는 미네르바를 통해서 우리의 장래에 대해 실망만 할 수 없음을 우리 형제자매들이 당신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PD에게 "이렇게 취재해 가지만 안 나오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까지 나누었습니다. PD왈 "그건 걱정하지 마시라"는 거였습니다. 1년 전쯤 추운 날 MBC까지 오라고 해서 한 인터뷰도 1초도 안나온 적이 있거든요.
어젯밤 저는 이 360을 안보고 잤습니다. 오늘 오후 6시에 강의를 끝내고 포탈에 보니까 많은 네티즌이 편파방송이라고 쓰신 걸 알게 되었죠.
제가 당신을 덜 칭찬해서 1초라도 더 화면에 비쳤다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덜 편파적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아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해봅니다. 저에게 왔던 PD는 좋은 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속은 알 수 없겠지요. 아주 좋은 분이라면 방송 후에 전화라도 해주거든요. 아직 전화가 없네요. 이 글을 보시면 PD님 전화 주세요.
사실 저는 욕심 때문에 인터뷰에 응했어요. 제가 지난 1주일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미네르바님이거든요. PD에게도 그렇게 이야기 했지요.
오늘 국제금융론 강의에서 통화SWAP을 조금 가르쳤지요. 그러나 당신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은 제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입니다. 더욱 자중자애하시고 조국의 앞날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