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반·영화 시장 최종 승자는?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 ‘맥월드 200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잡스는 이날 애플이 올해부터 디지털 영화 대여 서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 ‘맥월드 200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잡스는 이날 애플이 올해부터 디지털 영화 대여 서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디지털 음반·영화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음반이나 비디오테이프보다 인터넷에서 노래나 영화를 내려받아 즐기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잡기 위한 거대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애플과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디지털 음반·영화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 음반업체들 지원 업고 애플에 도전장

애플, 영화제작사들과 손잡고 대여시장 진출

○ 디지털 음반시장 애플이 80%이상 점유

MP3플레이어나 컴퓨터 등에서 파일을 재생해 즐기는 디지털 음반은 애플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아마존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최근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BMG EMI 등 거대 음반사들이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아마존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그동안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디지털 음반의 가격 책정 등 많은 부분에서 음반사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결정해 음반사들의 불만이 쌓여 왔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이들 4대 음반사가 아마존에는 디지털복제방지장치(DRM)를 넣지 않은 음원(音源)을 공급하는 반면 애플에는 EMI를 제외한 3개 음반사가 DRM이 설치된 음원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DRM이 설치된 음원은 미리 계약을 한 회사의 MP3플레이어에서만 재생할 수 있어 불편하다. 예를 들어 애플의 온라인 상점인 아이튠스에서 산 디지털 음반은 애플이 만드는 MP3플레이어 아이팟에서만 재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MP3플레이어에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음반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아마존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맥과이어 씨는 “애플에 DRM이 달린 곡을 계속 팔게 하는 것은 신발에 조약돌을 넣고 걸으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음반사들은 또 다음 달 3일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개막 행사 때도 아마존을 파격 지원할 예정이다.

슈퍼볼 홍보 행사에서 펩시 음료를 사는 사람들이 아마존에서 노래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곡당 65∼70센트 선에 공급해 온 디지털 음반을 아마존에 40센트 정도에 주기로 한 것.

애플은 그동안 슈퍼볼 홍보 행사를 통해 디지털 음반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려 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에 애플이 아닌 아마존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디지털 음반 업계에서는 큰 사건이라고 말한다.

○ 넷플릭스, 영화 대여사업 반격 나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인 ‘맥월드 2008’에서 “아이튠스를 통해 다음 달부터 디지털 영화 대여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타임온라인은 “애플이 디지털 영화 대여 서비스 시장에서 성공하면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2.99∼3.99달러에 내려받아 30일 동안 볼 수 있게 할 예정. 이를 위해 워너브러더스, 월트디즈니, 소니픽처스 등 할리우드의 6대 주요 영화 제작사와 영화 공급 계약을 했다.

이에 맞서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최대 온라인 DVD 대여업체 넷플릭스가 ‘극약 처방’을 내놨다. 월 사용액 4.99달러 이상인 회원을 대상으로 시간제한 없이 영화를 마음대로 내려받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 넷플릭스의 회원은 700만여 명이다.

인터넷에서 영화를 내려받아 소유하는 온라인 영화 판매사업 분야에서도 아마존의 언박스(UnBOX)와 애플의 아이튠스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미국 최대의 체인 할인매장인 월마트는 지난해 초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년도 안 돼 사업을 접었다.

뉴욕타임스는 “월마트가 방대한 규모의 디지털 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영화마다 복제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바람에 결국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월마트에서 내려받은 영화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통해서만 볼 수 있고 미국인이 가장 즐겨 쓰는 애플의 아이팟에서는 볼 수 없어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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