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핫이슈]양-한방 ‘광희대병원 충돌 사건’

  • 입력 2008년 1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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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희대병원 흉부외과가 요즘 최고의 관심 대상입니다.”

한 의료계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대병원, 고려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병원이 많지만 요즘 가장 유명한 병원은 광희대병원, 그중에서도 ‘흉부외과’다.

실제 광희대병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의학 드라마 ‘뉴하트’의 극중 배경이 되는 가상의 병원이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은 만큼 일반 대중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의료계까지 광희대병원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병원은 양한방 의료계의 해묵은 갈등의 ‘싸움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개원한의사협회는 14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이 드라마를 상대로 신용훼손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회원들에게 서명을 받아 공동소송을 준비 중이다.

드라마 2, 3일 방영분에서 양의 의사가 “한약을 복용하면 간 수치가 상승한다”면서 한약을 던져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한의계는 해당 방송사에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방송사는 9일 자막으로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한약은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방송사가 사과방송을 내보낸 것은 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각종 연구에서 한약 복용에 따른 간 기능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한의계와 양의계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한방 의료계가 각자 시각에서 드라마 때문에 자신들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의 대립은 점점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의사들이 픽션인 드라마 한 편을 놓고 지나치게 ‘밥그릇 챙기기’를 한다”는 누리꾼들의 비판도 많다. 의료계가 연초부터 불필요한 부분에서 에너지를 소진한다는 것이다.

국민은 의료계가 드라마 내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아픈 환자, 국민의 건강증진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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