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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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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북핵 문제로 귀에 익은 단어가 된 ‘핵연료봉’. 지름 10mm, 길이 4m의 얇고 긴 금속 파이프 속에 우라늄 핵연료가 채워져 있는 핵연료봉은 280여 개가 하나의 단위로 묶여 원자로에 들어간다. 원자로 하나에는 150∼160묶음, 즉 5만여 개의 핵연료봉이 들어 있다. 그런데 핵연료를 싸고 있는 금속 파이프, 즉 피복관은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연간 수입액만 300억 원.
“두께가 0.6mm에 불과한 핵연료피복관은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호벽이자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에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식되거나 변형되지 않아야 하죠.”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노심재료개발랩 정용환 박사는 1997년 피복관 국산화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정 박사팀은 700종에 이르는 합금의 물성을 일일이 조사해 피복관으로 적합한 후보를 골라 2000년 고성능 지르코늄 합금 소재의 ‘하나 피복관’ 시제품을 만들었다. 지르코늄은 핵 분열시 발생하는 중성자로 인한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원소다.
정 박사는 “2004년부터 4년 동안 노르웨이 할덴 연구용 원자로에서 연소시험을 수행한 결과 성능과 안정성이 기존 제품보다 5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원자로에 들어간 핵연료봉은 4년에 걸쳐 천천히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낸다. 따라서 한 번 성능을 시험하는 데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정 박사는 “지난달부터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최종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며 “검증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지금까지 원천기술이 없어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 외국 독점 업체의 횡포에 시달려 왔다”며 “국산화에 성공하면 연간 500억 원의 수입대체 및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보한 합금 설계 및 제조 기술은 항공우주산업 등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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