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잠 안 온다고 술 마시지 마세요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1분


50대 중반 여성이 불면증으로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그는 5년 전 주식으로 돈을 크게 잃은 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불면증이 시작됐다. 수면제를 먹고 있는데 최근 약을 먹어도 잠이 잘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잠에서 깬 뒤에도 머리가 맑지 않고 점점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약을 오래 먹어서 그런 것 아닌가” “이러다 치매가 빨리 오는 것 아닌가” 하면서 고민을 호소했다. 그는 급기야 머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뇌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고 했다.

불면증 환자 중에는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환자 대부분은 수면제를 오랫동안 복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당 부분 맞는 말이다. 수면제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는 낮 시간 동안의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멍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현상이다. 특히 작용 시간이 긴 수면제를 먹으면 아침에 일어난 후 한참 동안 머리가 맑지 않다.

그런데 수면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불면증 환자도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불면증 환자와 정상인에게 똑같은 내용을 학습시킨 후 검사를 해보니 불면증 환자의 성적이 현저하게 낮았다. 불면증 환자는 수면의 양이 적고 질이 떨어져서 뇌에서 학습한 내용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머리 속에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뇌 영상 검사를 받고자 하는 불면증 환자가 많다. 불면증 환자와 정상인의 뇌 구조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양쪽 ‘해마’의 부피가 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 부위다. 불면증 환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농도가 높은데, 코티졸이 높으면 해마 세포를 파괴해 위축시킨다.

불면증은 초기에 고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우 불면증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된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더라도 낮에 털어버리고 잠자리까지 고민을 짊어지고 오지 말아야 한다.

잠을 자기 위해 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뒤척이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독서 음악감상 등 정적인 활동을 하며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단기간 수면제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으나 기억력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불면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수면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병원에서 잘못된 수면습관을 교정하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신홍범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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