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생물학]‘살아 있는 화석’ DNA 분자로 인류조상 추적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우리 세포에 들어 있는 유전자(DNA)는 역사적인 흔적을 가진 분자다. DNA 분자에 있는 4종류의 염기(아데닌, 시토신, 구아닌, 티민)가 이루고 있는 일정한 선상 배열(DNA 서열)은 유전정보로 작용한다.

DNA는 하나의 세포가 둘로 분열할 때 똑같은 DNA 서열로 복제된 뒤 각각 두 세포 속으로 나뉘어 전달된다. 그 때문에 생물체는 세포분열해도 동일한 DNA 정보를 갖게 된다.

그러나 DNA 복제과정에서도 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돌연변이라 한다.

현재 인류 집단 내에는 과거에 DNA 돌연변이가 나타난 흔적이 여러 세대를 거쳐 화석처럼 남아 있다. 어떤 돌연변이가 출현한 시기는 이주 경로의 변경이나 농업의 시작 등 인류의 진화 과정 중에 일어났던 중요한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돌연변이는 공통 조상을 추적하거나 인류의 집단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마커(marker)’ 역할을 한다. 길을 찾는 데 필요한 이정표처럼 말이다.

같은 부계 혈족인 경우 성씨를 통해 공통 조상을 찾을 수 있듯, 특정 유전자 마커의 돌연변이 여부를 분석하면 조상을 추적할 수 있다. 또 어떤 유전자 마커에서는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공통 조상의 출현 시기를 추정하는 시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집단의 역사를 추정할 수도 있다.

만약 Y염색체의 어떤 DNA 서열에서 한 염기가 돌연변이가 될 확률은 10만 년에 한 번꼴이며,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이동한 약 5만 년 전에 이주자 중 한 남자의 Y염색체 DNA 서열에서 특정 염기(유전자 마커) 하나가 시토신(C)에서 티민(T)으로 바뀌었다고 하자. 이때 이 마커의 티민 계통과 이로부터 분화된 계통들의 빈도 분포를 조사하면 초기 이주자의 후손들이 여러 대륙으로 흩어지게 된 이동 경로를 알아낼 수 있다.

현재 미국 국립지리학회에서는 모계와 부계로 각각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세포 내 기관) DNA와 Y염색체 DNA를 분석해 현대인이 언제 어디서 출현해 어떻게 지구 전역으로 이동하게 됐는지를 보여 주는 유전자 분포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김욱 단국대 생물학과 교수 woo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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