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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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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
美린든랩 한국지사장 김율 씨
“어젯밤에 미국 본사 직원들과 얘기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어요.”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미국 린든랩의 한국 지사장 김율(37) 씨.
아직 국내에는 사무실도 없지만 이르면 4월 중에 린든랩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올해 안에 세컨드 라이프의 정식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야후 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등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갔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개발하다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린든랩에 입사했다.
5일 김 지사장에게 세컨드 라이프에 관해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어 베타 버전을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어 정식 서비스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한국어 교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어가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 내에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가 자동 번역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기계 번역이라 역시 자연스럽지는 못하지만 다른 나라 이용자들과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한국 지사가 첫 해외 지사라고 들었다.
“그렇다. 한국에 첫 지사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필립 로즈데일 사장이 대부분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 있는 한국에 대해 큰 동경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사무실이 없는데….
“한국 지사의 사무실은 세컨드 라이프 내에 짓고 따로 사무실을 임차하지 않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본사 인원이 120명 정도인 린든랩의 직원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며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일한다.”
―국내 이용자들을 어떻게 끌어 모을 계획인가.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은 공개돼 있다. 어느 이용자나 기업도 자유자재로 변형해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가 세컨드 라이프의 공개 소스로 자사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회사 포털 서비스를 3D로도 구현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네이버나 다음을 통해 가입하고 접속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용 초보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에 세컨드 라이프에 들어가면 돈이 없다. 물론 충전을 하면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나이트클럽 같은 곳 앞에 있는 캠핑 패드(camping pad)에 앉아 있으면 10분에 1달러는 벌 수 있다. 옆에 앉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도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분신(아바타)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카메라가 180도를 회전하고 아래나 위를 찍을 수가 있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때 고수들은 이 카메라를 이용해 속임수를 쓰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세컨드 라이프 안에도 범죄자나 말썽을 피우는 이용자들이 있을 텐데….
“테러와 범죄는 물론 성기 노출자도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경찰을 조직해서 이들을 체포하거나 추방한다. 세컨드 라이프 내에도 자체 정화 문화는 있다.”
―세컨드 라이프 안에는 수백 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 회사들의 브랜드를 써야만 하나.
“그렇지 않다. 제2의 인생에서도 브랜드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며 무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들도 많다. 이용자 개개인이 옷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기업들이 공짜로 뿌리는 경우가 많아 굳이 사지 않아도 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뉴욕 맨해튼의 40배 가상공간서 ‘디지털 삶’▼
2003년 미국 ‘린든랩’에서 만든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무료로 가입해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자신의 분신(아바타)이 뉴욕 맨해튼의 40배에 이르는 가상의 공간에서 살게 된다. 게임과는 달리 특별한 목적은 없다. 린든달러(미화 1달러는 약 270린든달러)라는 화폐가 있다.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살 수 있으며 차도 구입할 수 있다. 카지노도 있고 사이버 섹스도 가능하다. IBM 도요타 소니 등 수백 개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등 100여 개 대학이 캠퍼스를 만들어 학과를 개설하기도 했다. 현재 회원 수는 550만 명. 린든랩은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원조의 반격’
美보다 3년 앞섰다가 허 찔린 국내업체들
‘세컨드 라이프’ 돌풍에 ‘업그레이드’ 맞불
○ 다방구? 카페9!
카페9는 2002년 ‘오즈’로 이름을 바꿔 한국에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오즈의 부제는 ‘어너더 라이프(Another Life)’. 세컨드 라이프와 이름이 비슷하다.
오즈의 특징은 이용자들이 낚시를 통해 돈을 벌고 레벨을 올린다는 점이다. 아이템을 사는 소비행태는 세컨드 라이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즈는 낚싯대를 던져 놓으면 5분 정도 기다려야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빠르게 레벨을 올리거나 돈을 빨리 벌고 싶은 이용자들은 쉽게 싫증을 낼 수도 있다. 당시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느긋하게 가상현실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는 대단한 서비스였다.
오즈 관계자는 “커뮤니티적인 성격이 강하고 이용자들 사이에 친밀도가 높다”며 “친구를 사귀고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즈의 누적 회원 수는 40만 명에 이르지만 실질적인 이용자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30대 이용자가 가장 많으며 월 매출은 1000만 원 정도다.
오즈는 현재 서비스보다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 다다월드
당시 분양한 400개 점포에는 삼성증권과 외환카드 등 국내 기업들이 들어서기도 했다.
한양대병원은 병원을 지었고 서울지방경찰청은 파출소 설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약 200명만이 집을 짓고 다다월드에 살고 있다.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며 기업들이 입주를 하지 않고 입주했던 기업들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지금은 연구실에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며 “당시에는 접속하고 싶어도 하드웨어 등의 기능이 떨어져 접속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다월드를 업그레이드해서 6월 중에 다시 열 계획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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