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그린 자유 고객의 눈을 구속하다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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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휴대전화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 1000만 대 이상 팔린 텐밀리언셀러는 삼성전자의 이건희폰(T100), 벤츠폰(E700), 블루블랙폰(D500) 등 모두 3개다. 이 중 벤츠폰과 블루블랙폰은 한 사람이 디자인했다. 그는 바로 국내 휴대전화 디자인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민혁(36·사진) 삼성전자 휴대전화 책임디자이너다.

○3번째 텐밀리언셀러를 향해

이 디자이너는 최근 3번째 텐밀리언셀러의 꿈에 젖어 있다.그가 디자인한 ‘울트라에디션 12.9(D900)’가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에서 휴대전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최고 휴대전화(Best GSM Mobile Handset)’로 선정됐기 때문.

블루블랙폰도 2005년 같은 상을 받았다. 수상 이후 판매가 크게 늘어 텐밀리언셀러가 됐고 세계 휴대전화 업계에 슬라이드폰 돌풍을 일으켰다.

D900도 수상 이후 판매 대수 400만 대를 넘기며 1000만 대 판매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그는 “D900은 여러 개 모델과 함께 진열됐을 때 고객의 눈을 먼저 사로잡는 디자인”이라며 “휴대전화는 혼자 있을 때 튀는 제품보다는 여러 모델과 같이 있을 때 빛나는 제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디자인은 고객의 ‘눈 맛’을 좌우하는 아주 미세한 차이에서 나온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벤츠폰은 국내와 해외의 모델 크기가 0.5mm 차이 나는데 이 정도 차이에도 소비자의 디자인 선호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D900이 텐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오르면 삼성전자로서는 4번째, 이 디자이너에게는 3번째 텐밀리언셀러가 된다.

○팔리는 디자인의 원천은 ‘자유’

귀고리와 나풀거리는 셔츠, 청바지 그리고 위로 세운 머리 스타일. 그에게서 아들 둘을 둔 30대 중반 가장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그는 “나이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10년 이상 어린 디자이너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를 잊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 디자이너는 사진과 여행을 좋아한다. 한 번 가 본 곳은 다시 가지 않고 문득 생각이 나면 훌쩍 떠나곤 한다. 하지만 이를 즐길 시간은 많지 않다. 두 달에 하나꼴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빨리 트렌드를 읽어야 하고 변화도 많다.

하지만 그는 조급하지 않았다.

그는 “내 디자인이 성숙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며 “이탈리아에서는 20년은 일을 해야 디자이너로 인정을 한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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