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기도 막힘 60%가 “땅콩 먹다가…”

  • 입력 2007년 3월 19일 03시 00분


만 36개월 이하 아이가 음식을 먹거나 장난감을 입에 물고 놀다가 심한 기침을 하면서 숨쉬기를 괴로워하면 기관지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아니라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 숨구멍이 막힌 것일 수 있다. 이물질을 빨리 빼내지 않으면 폐가 손상되며 심한 경우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하정훈 교수팀은 최근 기도 내 이물질을 제거한 소아환자 120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의 86.6%가 36개월 이하였으며 주로 땅콩(60%)을 먹다가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남아(69.2%)가 여아(30.8%)보다 기도이물 빈도가 배 이상 높았다.

기도이물이란 호흡을 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숨길(기도)을 이물질이 가로막는 것으로, 급성호흡부전과 심각한 폐합병증으로 갑작스러운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잘 걸리는 이유는 어른은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도 기침을 해 뱉어낼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은 그런 방어 기전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또 이가 다 발달되지 않아 씹지 않고 삼키며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기도에 이물질이 걸리면 기침(35%), 호흡곤란(21%), 발열(11.1%) 숨 막힘(11.1%)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물질은 초기에 빼내지 않으면 기관지 내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거나 약한 기침 등 경미한 증상만 있게 된다.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나중에 만성기침, 발열, 호흡곤란, 호흡부전이 생길 수 있다.

하 교수는 “주증상이 기침이다 보니 기관지 천식, 백일해, 폐렴 등으로 오진하기 쉽다”며 “보호자가 기도이물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알고 있다면 의료진에 적극 알려야 하며 무엇보다 어린아이에게 견과류를 먹일 때는 덩어리째 주지 말고 으깨서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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