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교수 진료실 속의 性이야기]술술 마시다 꽉꽉 막혀요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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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나 죽네. 선생님. 저 좀 살려 주소. 제발 소변 좀 나오게 해 줘요.”

얼굴을 잔뜩 찌푸린 60대 중반 할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다. 진찰을 해 보니 배꼽 아래 방광에 가득 찬 소변 때문에 아랫배가 볼록 부어올랐다. 누르면 방광이 터질 듯 했다. 진료 기록을 보니 할아버지는 전립샘(전립선) 비대로 다른 병원에서도 계속 치료를 받아오다 응급 상황에까지 온 것.

“술을 꽤 드시는 편이지요?”

할아버지는 주저 없이 말했다.

“아무렴, 일하면서도 마시고 새참먹을 때도 마시고 잠 안 오면 또 마시지. 아이고, 소변 좀 어떻게 해봐.”

요도에 소변 줄을 꽂아 방광에 가득 찬 소변을 빼내니 1L나 나왔다. 전립샘 비대증의 전형적인 급성 오줌 막힘이다. 방광이 지나치게 늘어나 산소 공급도 안 되고 지쳐있는 상태다.

전립샘은 남성에게만 있는 기관으로 메추리 알 정도 크기. 방광에서 요도로 나가는 출구 양쪽에 있다. 중년에 접어들면 조금씩 커져 비대한 지경까지 되면 마치 물이 흐르는 호스 양쪽을 집게로 누르듯 방광 출구부의 저항이 세져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고,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화장실에 가서 한참 뜸을 들여야 나오기도 한다.

전립샘 비대의 가장 큰 원인은 술이다. 술을 마시면 전립샘 부위 요도 점막이 충혈 돼 부어오르기 때문에 심할 경우 앞의 할아버지처럼 갑자기 소변을 못 보는 급성 오줌막힘에 빠지기 쉽다.

과거에는 명절날, 과도한 음주로 소변을 못 봐 응급실로 실려 오던 할아버지들이 꽤 되셨다. 배설을 제대로 못하는 고통은 당하는 사람만 안다.

남자들은 ‘오줌발’을 정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좀 다른 문제다. 물론 정액이 오줌 나오는 요도를 통해 방출되므로 전립샘 비대가 심하면 사정할 때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오줌발과 정력의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전립샘 비대와 남성호르몬 사이에는 함수관계가 있으므로 정력이 왕성할수록 비대해질 가능성이 더 많다. 실제 진료를 하다 보면 전립샘비대로 고생하시는 남성분들치고 선이 약한 외모가 별로 없다.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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