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 가을가뭄 '바싹바싹' 타는 농심

  • 입력 2006년 10월 17일 18시 04분


가을가뭄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가을 들녘과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순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비가 흩뿌린 대구 부산 제주 일대를 제외하고는 한 달 넘게 비를 구경하지 못한 곳도 많아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내년 봄가뭄까지 우려되고 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9월 이후 강수량은 평년(1971~2000년)의 30%를 밑돌았다.

서울의 경우 9월 이후 강수량이 11.2㎜로 평년의 7%에 불과했다. 충청지방은 9월 평균 강수량이 0.5㎜에 그쳤다. 특히 10월 들어 서울 경기, 전북, 경북, 강원영서지방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타는 농심, 김장 파동 우려=가을가뭄으로 한창 자랄 시기에 있는 김장용 무, 배추, 생강과 파, 당근 등 양념류 재배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남 해남군 화원면의 농민 최재문(49) 씨는 "땅이 워낙 메말라 이달 말 수확하려던 배추가 시들어가고 있다"며 "기온까지 높아 전체 경작지의 20%가량에 무사마귀병(일명 뿌리혹병)이 번졌다"고 말했다.

수확을 앞둔 들깨와 콩을 비롯한 밭작물은 성장 속도가 늦어지며 타격을 받고 있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의 농민 전규선(59) 씨는 "이미 수확한 노란콩은 지난해에 비해 생산량이 30%가량 줄었고, 다음달 수확할 검은콩은 열매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 수확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추석 이후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는 이상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강원 양양산림조합과 양양송이영농조합법인에 따르면 12일까지 수매된 송이는 3700㎏으로 지난해의 60% 수준. 가뭄으로 산지습도가 낮아져 생산량이 줄면서 송이의 공판가격은 추석 무렵의 두 배에 가까운 ㎏당 61만 원대에 형성됐다.

▽식수, 산불, 단풍… '빨간불'=상수원이 마르면서 식수난도 가중되고 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장암리와 장척리 4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은 10여 일 넘게 소방차 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가뭄은 가을 단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국의 유명한 산까지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심하게 말라가고 있는 것.

설악산의 경우 단풍이 현재 해발 600m까지 내려왔지만 대청봉~한계령 능선에서 잎마름 현상이 심해 등산객들이 기대만 못한 풍경에 실망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사무소 관계자는 "9월 말부터 늦더위가 이어진데다 날씨가 건조해 단풍 색깔이 배껍질 같이 누렇게 된 데다, 잎이 부스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 경계에도 비상령이 내렸다. 강원도는 최근 산불이 잇따르자 산불대책본부를 예년에 비해 한 달 빠르게 가동했다. 또 단풍 관광객들에 의한 산불 위험이 높다고 보고 헬기 2대를 강릉과 원주 시에 추가로 배치하는 등 특별경계에 들어갔다.

▽내년 봄 물 부족 상황 올 수도=가을 들어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증발량만 늘어 전국 대부분 지방이 평년에 비해 강수량이 약 150㎜ 적은 실정이다.

기상청은 "비를 몰고 오는 저기압과 태풍이 한반도 남북으로 비켜가고 있어 한반도 상공에 따뜻한 성질의 고기압이 장기간 머물면서 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체감되는 가을가뭄과 달리 기상청은 '가뭄'이라고까지 규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일부 지역이 급수차에 의존하는 등 식수난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각 지역 댐 저수량이 평년의 50~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위급상황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문제는 내년 봄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계절적으로 가을, 겨울철에는 강수·강설량이 적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비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다면 내년 봄에 물 부족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 전국에 비가 내릴 전망이지만 건조한 날씨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종합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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