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간호사모집 힘들다"…장롱면허많아 재교육 시급

  • 입력 2006년 8월 2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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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병상을 갖춘 서울 A병원은 경영난으로 임금 인상을 해줄 수 없어 간호사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야간 근무를 포함한 간호사 임금은 월 120만~150만원에 불과해 간호사들이 지원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 병원 간호부장은 "최근 수술실 간호사를 공개 모집했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개인 인맥을 통해 가까스로 채용했다"며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대형 병원에서 경력 간호사를 채용하면 대거 빠져나가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100~200병상인 중소병원들은 대형 병원에 비해서는 복지 혜택이 떨어지며, 지역 의원에 비해서는 근무 시간이 짧아 간호사의 급여 수준이 낮다. 게다가 간호사 해외 취업이 인기를 끌면서 대형 종합병원은 인력공백을 중소병원 출신 간호사로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병원의 간호사 구인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간호사 면허 절반이 '장롱 면허'=간호사 인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22만 5000여 명이지만 활동 인원은 절반인 11만 여명에 불과하다. 매년 1만 1000여명이 간호학과를 졸업하지만 상당수 간호사들이 급여 수준 등을 이유로 다른 직종에 취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 구인난으로 의료 공백마저 우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법상 간호사를 기준(간호사 1명 당 담당 병상 수 4.5개) 이상으로 확충한 의료기관은 국내 전체 의료기관 1150곳(요양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제외)가운데 177곳(14%)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간호사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병상 당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OECD국가의 병상 당 간호인력은 평균 0.99명이지만 한국은 2005년 현재 0.21명에 불과하다.

▽"재등록 재교육으로 휴면인력 활용해야" =정부는 간호사를 많이 채용하는 병원에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경영난을 겪는 병원들은 급여 부담 때문에 간호사 추가 채용을 꺼리고 있다. 정부는 간호사 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을 제재하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시범 운영되는 '보호자 없는 병원'도 실효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간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가족이 환자를 간호하지 않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면허를 딴 뒤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간호사들을 재교육하고,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일정 기간마다 재등록하게 해 간호 인력을 확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들은 25~30세 결혼 등으로 인해 대부분 현업에서 물러나지만 재교육 등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현업에 복귀하는 사례가 드물다"며 "면허 재등록을 통해 취업 현황을 파악한 뒤 면허소지자를 중심으로 재교육을 해서 중소병원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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