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히고… 바가지 요금… ‘休 스트레스’ 한숨만 휴∼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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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휴가를 떠났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풀자고 가는 휴가이지만 떠날 준비를 할 때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하소연을 하는 사람이 많다. 평소 직장생활이나 생업에 바쁠 때는 하루 몇 시간만 함께 지내던 배우자, 자녀들과 며칠씩 내내 붙어 있어야 하니 없던 싸움도 생길 수 있다. 게다가 힘겹게 도착한 휴가지에서 ‘바가지’라도 쓰게 되면, 쉬러 왔다가 난데없는 적개심이 고개를 드는 게 인지상정.

휴가철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아내, 자녀와 ‘협상’하라=“운전 좀 똑바로 해.” “이거 왜 이래,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남들은 놀러 오면 남편들이 다 알아서 한다는데 당신은 뭐야.” “나도 좀 쉬자, 쉬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휴가지에서는 의외로 사소한 말다툼이 심한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휴가기간에 부부 사이 갈등이 터져 나오는 것은 남편의 정년퇴직 이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화가 커지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휴가철 예기치 않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상을 하라고 조언했다.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큰 사안에 대해 휴가를 떠나기 전에 역할 분담을 하라는 것. 예를 들어 휴가기간 중 운전은 부인이, 요리는 남편이 맡는 식이다.

그리고 일단 역할을 맡겼으면 절대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부모와 휴가를 함께 가는 것보다 또래 친구들과 영화 보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다.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의욕이 넘치는 부모는 지시적 교훈적인 태도가 되기 쉽다”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재미는 다르기 때문에 휴가기간에 누구에게 초점을 맞춰 놀지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바가지’ 신경 쓰다 휴가 망친다=휴가지에서 겪는 스트레스 중 최고는 바가지. 놀러 왔다가 불쑥 적개심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이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거나 ‘받아들이는 자세’를 지니는 게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고려제일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미리 할인점 쇼핑 등을 통해 대비를 하고, 만일 그럴 수 없다면 바가지를 쓰는 데서 얻는 분노가 1년간 별러 온 휴가의 기쁨을 없앨 만한 가치가 있는지 되새겨 보라”고 충고했다.

▽내 몸에 맞는 휴가를=나이가 들수록 일상생활과 너무 다른 휴가활동은 몸과 마음에 무리를 주기 쉽다.

김 원장은 “아이들을 캠프에 보내고, 부부는 호젓하게 서울 경기 일대의 러브호텔을 탐방하거나 하루 종일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휴가기간 중에는 집에서 이불을 개지 말고 지낸다거나 음식을 만들지 말고 매일 시켜먹는 것도 한번 해볼 만한 일이다. 단, 부부가 합의했을 때여야 한다.

▽휴가 스트레스 후유증=휴가가 끝난 뒤 출근하려면 ‘월요일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이럴 땐 2, 3일은 스스로 적응기로 정해 놓고 주요 업무만 처리한 뒤 집에 일찍 와서 쉬는 게 좋다.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파트장은 “신체활동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빨리 당분으로 바뀌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원기 회복에 좋다”며 “꿀물, 설탕물, 사탕, 감자, 고구마 등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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