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울리면 유선이 운다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가출한 안방전화를 찾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와중에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 유선전화.’

LG텔레콤이 유선전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신문과 방송에 내보내고 있는 광고 문구다.

후발 통신업체들의 KT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휴대전화가 ‘안방전화’ 공략에 나선 데 이어 인터넷전화(VoIP)도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무기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 휴대전화의 ‘안방전화’ 공격

불을 먼저 지핀 곳은 LG텔레콤.

이 회사는 SK텔레콤과 KTF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에서 힘에 부치자 KT의 유선전화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LG텔레콤은 휴대전화를 아파트 안에서 사용할 경우 유선전화 요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한 ‘기분존’ 서비스 상품을 4월 25일 내놓은 뒤 연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3만6000명. KT는 LG텔레콤이 과장광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에 제소해 놓은 상태다.

2000만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론 “별 관심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2004년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한 KT의 ‘원폰’ 서비스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 인터넷전화도 KT 틈새시장 공략

그동안 고객 확보가 쉽지 않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인터넷전화 회사도 ‘KT 파이 따먹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네트웍스는 인터넷전화 브랜드인 ‘삼성와이즈070’의 국내 국제전화요금을 대폭 할인한 새 요금을 최근 선보였다. 이 회사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면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등 국제 통화량이 많은 10개 나라의 경우 1분에 55원만 받는 단일요금제가 적용된다.

시내전화 후발 회사인 하나로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와 시내전화 ‘하나폰’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고 기본료와 전화요금을 기존에 비해 최대 절반이나 깎아주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가입자를 180만 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데이콤은 이달부터 무선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와이파이(Wi-Fi)폰’을 내놓고 시내전화 통화권역을 대폭 늘리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는 정부 규제로 전화요금을 내리지도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KT 이장세 부장은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기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부대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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