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인터넷 검열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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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사이트에서 ‘달라이 라마’를 검색하면 2000여 장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달라이 라마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사진도 있고, 미국의 4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는 사진도 있다. 그러나 중국 구글 사이트(google.cn)에서 ‘달라이 라마’를 치면 승려복 대신에 양복을 입은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나와 “달라이 라마는 조국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말한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1억1000만 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중국 정부는 교육과 사업을 위한 인터넷 사용을 권장한다. 그러나 오프라인 언론처럼 철저한 검열을 한다. 수천 명의 직원이 반(反)체제적이거나 퇴폐적인 콘텐츠에 대한 중국 인민의 접근을 차단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중국 정부는 ‘테러 포르노 관련 극소수 사이트만 차단한다”고 선전하지만 해외 비판 여론을 의식한 둔사(遁辭)다.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스 같은 검색 회사들은 거대한 금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국 당국의 검열 및 정보 제공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

▷중국 외에도 중동 국가, 쿠바 미얀마 싱가포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과 아프리카 일부 국가가 인터넷 정보에 국민을 무제한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검열을 한다. 독일은 나치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다. 그러나 국가 검열을 회피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검열 회피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생겨 나고 있다. 빌 게이츠는 “대중이 어떤 것을 알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으면, 그것은 결국 검열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 국제관계 인권 소위원회는 인터넷 검색 업체 대표를 불러 ‘중국의 인터넷은 자유의 도구인가, 억압의 도구인가’라는 제목의 청문회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지독한 검열관이 되더라도 종국적으로 인간의 창의력과 인터넷이 제공하는 수많은 검열 회피 방법의 적수가 될 수는 없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자유의 도구다. 컴퓨터를 살 돈이나 인터넷을 할 자유가 없는 북한 주민에게는 인터넷 검열마저도 먼 나라의 이야기겠지만.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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