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코골이 “그까이 꺼” 하다 큰코 다친다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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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심하게 골거나 코를 고는 도중 숨을 멈춘다면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 검사를 받는 장면(위)과 모니터를 통해 수면 품질을 체크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코를 심하게 골거나 코를 고는 도중 숨을 멈춘다면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 검사를 받는 장면(위)과 모니터를 통해 수면 품질을 체크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미국에서 한 여성이 잠자는 남편을 펜으로 찌르고 아령으로 때린 혐의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녘에 곤히 자는 남편에게 테러를 가한 이유는 다름 아닌 ‘코골이’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남편에게 그랬을까. 이처럼 코골이는 당사자보다 함께 자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러나 병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국내 성인의 45%가 자주 코를 골고 25%는 매일 밤 코를 골지만 이 문제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헉, 숨을 안 쉬어=코를 고는 이유는 공기가 다니는 ‘기도(氣道)’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입을 벌리고 숨을 쉴 수밖에 없다. 이때 공기가 벽에 자꾸 부딪치면서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피곤하거나 과음을 했을 때 코를 고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가끔 코를 고는 수준이라면 깊은 잠과 얕은 잠을 반복하기 때문에 다음 날 피곤한 게 가장 큰 증상이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의 경우는 다르다. 코를 골다가 ‘컥’ 하면서 10초 정도 숨을 쉬지 않고 있다가 다시 ‘후’ 하고 숨을 몰아쉬는 현상이다. 보통 한 시간에 다섯 번 이상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이 경우 산소공급량이 줄어 심근경색이나 뇌중풍(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하룻밤을 자면서 이상 유무를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

코골이 치료에는 마스크를 쓰고 자면서 공기를 공급받는 ‘지속양압치료(CPAP)’가 비수술요법으로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됨으로써 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코 고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수술은 비수술요법이 효과가 없을 때 시도해 볼 수 있으며, 기도를 넓혀 주는 성형수술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도입해 수술 후 부기와 통증을 줄여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코 고는 소리에 가는 귀 먹는다?=큰 소음을 오래 들었을 때만 가는귀가 먹는 게 아니다.

최근 코 수술 전문 하나이비인후과에서 코골이 때문에 이 병원을 찾은 환자 중 귓병이나 소음에 노출된 적이 없는 64명의 청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28.2%인 18명에서 난청 징후가 보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조사한 결과 모두 짧게는 16초에서 길게는 178초까지 수면무호흡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코골이가 수면무호흡증으로, 다시 청력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체로 코를 골 때의 소음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시끄러운 소리가 코 바로 옆에 있는 귓속의 기관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고장’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심하게 코를 골 때 그 소리는 65∼100dB로 고속버스가 달릴 때 엔진에서 나오는 소음과 맞먹는다.

▽살부터 빼자=기도가 좁아지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비만이다. 실제 코골이 환자의 70%가 정상 체중을 20% 이상 초과한 비만환자라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보다 남자가 코를 많이 고는 것 또한 남녀의 해부학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비만체형이 더 많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물론 남자가 담배나 술처럼 자극적인 것을 더 즐기는 탓도 크지만 말이다.

체중 10%를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이 30% 이상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비만부터 해소해야 코골이를 없앨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처럼 약이나 수술을 동원하지 않고 코골이를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우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폐의 활동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코골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잠을 자기 전에는 과식이나 과음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잠자리에서는 똑바로 눕지 말고 옆으로 비스듬히 자는 게 좋다. 테니스 공과 같은 둥근 것을 잠옷의 등 쪽에 고정시켜 놓으면 잠결에 다시 똑바로 눕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베개는 가능하면 낮은 것을 고르도록 한다. 침대에서 잘 경우 머리 쪽을 30도 정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소리 없는 코골이’ 의심을▼

밤에 코를 골지 않더라도 상기도저항증후군이 생기면 다음날 하루 종일 피곤하다. 한 직장인이 회의실 책상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직장인 김모(36·서울 성동구 금호동) 씨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묵직하거나 아프다. 하루 종일 피곤할 뿐 아니라 오후 2∼3시가 되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잠이 쏟아진다.

김 씨는 아내에게 자신이 밤에 자면서 코를 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었고 별 문제없이 잠을 잔 것 같았다. 다만 입을 벌리고 자는 버릇이 있기는 한데 그게 문제였을까?

김 씨의 말을 전해 들은 의사는 “아마도 ‘상기도저항증후군’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이 병을 ‘소리 없는 코골이’라고 덧붙였다. 코를 골지는 않지만 다음 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기도가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그러나 상기도저항증후군은 기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입을 벌리고 잠을 잘 때 뇌파가 깨어 있을 때처럼 자주 각성을 일으키는 게 원인이다. 입의 구조상 벌리고 자면 혀가 안 쪽으로 밀리면서 일시적인 호흡장애가 발생한다. 뇌가 순간 놀라 깜짝 깬다는 것이다. 따라서 숨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일도 없고 산소공급량이 크게 줄어들지도 않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코골이클리닉 연구팀이 최근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8개월 동안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 131명을 분석한 결과 24%(31명)가 상기도저항증후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31명을 대상으로 재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증상이 약간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잠자고 일어났을 때 입이 마르고 성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여성은 감정 변화나 불면증, 두통, 어지럼증, 근막동통증후군을 주로 호소했다.

대체로 남녀를 불문하고 밤에 자려고 누워도 금방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는 경우가 많다. 또 새벽녘에도 별 이유 없이 꼭 한두 번씩은 잠에서 깬다. 불면증 경향이 있는 사람도 이런 증후군이 자주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자주 깨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바른 자세보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자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입이 닫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심각하게 피곤하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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