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硏, 병균 상호작용 차단 길 열었다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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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균을 무력화시키거나 아예 죽여버리기 위해 개발된 약을 통칭해 항생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병균은 ‘영악하게도’ 자신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기존 항생제에 끄떡없는 새로운 몸을 만들어낸다. 이런 ‘항생제 내성 병균’을 없애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항생제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정기 이충환 김명희 박사 연구팀은 이런 수고를 많이 덜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찾아냈다. 병균끼리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통로’를 차단해 병균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

대부분의 병균은 특수한 화학물질(AL)을 분비하며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균이 숙주에 침투했을 때 AL을 분비하면서 동료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한 후 ‘공격’ 또는 ‘대기’를 결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AL을 분해하는 물질이 ‘AHL-락토네이즈’이라는 단백질이란 사실은 밝혀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을 포항방사광가속기의 X선에 쬐여 입체구조는 물론 AL의 어떤 부위를 공격하는지 알아냈다. 이 연구성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달 28일자에 게재됐다.

이충환 박사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병균 간 신호전달체계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기존 항생제에 보완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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