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머리 나빠졌다고?그건 고정관념…더 좋아진대요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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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았더니 정신이 없어졌어. 머리가 나빠졌나 봐.”

흔히 어머니들은 자식을 낳은 후 자신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미혼일 때는 머리가 쌩쌩했는데 이상하게 출산한 후에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진다. 아기를 키우는 일이 너무 고된 탓에 뇌가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진다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오히려 머리가 좋아질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온라인판 3일자에는 미국 리치먼드대 신경생리학자 크레이그 킨슬레이 박사가 새끼를 갓 낳은 어미 쥐와 보통 쥐의 인지능력을 비교한 최근의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어미 쥐가 미로에서 먹이를 찾는 속도가 보통 쥐에 비해 3배나 빨랐다. 또 임신 후기에 접어든 쥐의 뇌 조직을 조사하자 해마 부위에서 신경망이 새롭게 재구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 등 고등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임신과 육아 기간에 어미 쥐의 몸에서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나 스트레스호르몬(코르티솔)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된다. 연구팀은 이 호르몬들이 뇌를 자극해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성균관대 심리학과 이정모 교수는 “육아시기에 아빠도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져 똑똑해진다는 주장도 있다”며 “아기를 낳고 기르는 일이 머리를 나쁘게 만든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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