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한림원 창립10돌 심포지엄]기술발전이 가져올 미래상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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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10주년 기념 미래 기술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크레이그 배릿 인텔 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10주년 기념 미래 기술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크레이그 배릿 인텔 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다. 연합뉴스
“이미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됐습니다. 한국이 2002년에 월드컵을 개최했죠? 앞으로 20∼30년 뒤면 인간을 이기는 ‘로봇 축구팀’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

‘끊임없는 기술 진보’를 주제로 강연을 하던 크레이그 배릿 인텔 회장이 참석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 창립 10주년을 기념한 심포지엄. ‘미래 기술 중심 사회 10년을 내다본다’는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 400여 명이 참석했다.

공학한림원은 각국의 공학기술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모임.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26개 국가에 구성돼 있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기술 발전이 미래의 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맞춰졌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함께 논의했다.

○ 기술 진보는 멈추지 않는다

배릿 회장은 “앞으로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난 10년간 인간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은 반도체 혁명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한편 이러한 정보기술(IT)이 생명공학기술(BT)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현재 5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까지 줄어든 반도체 회로선의 폭이 2011년 이후에는 10nm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많은 분야와 가능성이 새로 열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과 같은 불치병 발병 인자를 미리 찾아내 예방하거나 사용자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듣는 것은 물론 감정까지 느끼는 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코 이하무틸라 전 핀란드공학한림원 회장은 “전통적인 과학 분야의 벽이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 국가나 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 국경을 넘어선 기술 협력과 공동 연구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지속가능한 기술 개발이 핵심

요시카와 히로유키(吉川弘之) 일본 산업기술연구소 회장은 “기술 진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기술 발전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상 속의 기술이 현실화될 때까지 보통 15년 이상의 연구 기간이 필요한데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과학에 바탕을 둔다면 그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

기존 기술과 미래 기술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수삼(金修三·한양대 부총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은 “미래를 위한 기술 발전은 IT나 BT뿐 아니라 원자력이나 조선 기술 등 기존의 기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BT 발전이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 비행기만큼 빠른 배가 만들어지면 우리 삶은 근본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쑹젠(宋健) 중국공정원 명예회장은 “중국은 선진 기술의 급격한 변화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참석자들은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환경 보전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릿 회장은 “지속적인 교육이 국가 발전의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단언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교육은 물론,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유능한 교사들을 키워내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교육이 기술 사회를 만드는 핵심인 만큼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니시자와 주니치(西澤潤一) 일본공학한림원 회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기술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세기 과학기술 기반 사회는 삶의 질은 향상시켰지만 환경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IT가 BT, 환경공학과 융합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속이나 몸속 등 새로운 사용 환경에서 통할 수 있어야 하며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점도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비용 절감을 위해 세계적인 아웃소싱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하무틸라 전 회장은 “최대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해외 곳곳에 사업부를 마련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기술자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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