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 ‘파킨슨’ 부터 잡는다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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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이 1순위다. 척수손상은 부분 치료만 가능하다.치매는 고칠 수 없어 보인다.”

25일부터 ‘2005 줄기세포 서울 국제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연세대 100주년기념관.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김동욱 교수(심포지엄 준비위원장)는 줄기세포가 신경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최근 국내외적으로 줄기세포에 대한 굵직굵직한 연구성과가 잇따르면서 줄기세포의 치료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은 ‘초보 단계’에 진입했을 뿐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과학기술부 21세기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주최로 개최됐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줄기세포 치료연구 분야는 신경계와 심장 질환”이라며 “국내에서는 최근 신경계 질환에 대한 주요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알츠하이머는 거의 불가능

신경계 질환에서 가장 치료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되는 것은 파킨슨병이다. 중뇌 흑질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병으로 초기에 팔과 다리가 불규칙하게 떨리다가 결국 온몸의 근육이 마비되는 증세가 나타난다.

한국에서 추정되는 환자 수는 대략 10여만 명.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앓은 것을 계기로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졌다.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파킨슨병이 일반 신경계 질환 가운데 ‘비교적’ 간단한 사례이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대상 후보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원리는 줄기세포를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후 중뇌의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것.

도파만 운반체 영상 검사로 정상인과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의 뇌를 비교한 사진들. 정상인들의 경우 양쪽 뇌에 도파민이 골고루 분포돼 (사진1)있으나 초기 환자는 환자 한쪽 뇌 부위에서 도파민이 감소된 것 (사진2)으로 나타난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는 뇌 양쪽에서 도파민이 크게 감소돼 (사진3)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장 교수는 “생쥐 실험에서 도파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신경세포가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동물 수준에서 연구되고 있어 언제 인간에게 적용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에 비하면 알츠하이머병(치매)은 줄기세포 치료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앓기도 했던 치매는 파킨슨병처럼 특정 기능을 가진 일부 부위가 손상돼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다. 인지, 감각, 운동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전반이 망가지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이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치매는 뇌세포를 무차별 파괴하는 독성단백질 때문에 발병한다. 줄기세포를 아무리 많이 이식한다 해도 독성단백질이 있는 한 파괴될 뿐이다.

○ 척수손상 부분적인 회복 기대

척수손상의 개념은 광범위하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척수에 가해진 외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동, 감각 및 자율신경기능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증세도 대소변 장애에서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겪었던 전신마비까지 다양하다.

김 교수는 “척수손상은 원인과 증세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는 치료효과가 다소 과장돼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신경세포는 일반세포와 달리 표면에서 축색돌기(axon) 하나가 길게 뻗어나와 다른 신경세포나 근육조직에 연결돼 있다. 운동이나 감각 신호가 축색돌기를 따라 전달된다.

만일 축색돌기가 끊어지면 줄기세포로는 이 절단 부위를 이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특정 세포(올리고덴드로사이트)나 성장인자 등 ‘보조요소’를 공급하면 축색돌기를 감싸는 얇은 막(수초)이 만들어지는 등 기능이 부분적으로 회복된다.

김 교수는 “최근 인간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킨 올리고덴드로사이트가 축색돌기를 감싸 막을 생성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용변을 보거나 조금씩 걷는 등 부분적인 치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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