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각>유근이를 어떻게?…영재 교육 논란

  • 입력 2005년 2월 25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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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송유근 군이 불러온 ‘영재교육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적분 기하학 문제를 척척 풀고 영어 원서로 공부하는 등 수학과 컴퓨터, 물리학 분야에서 대학생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는 송 군.

지난해 11월 7세의 나이에 초등학교 6학년으로 입학한 송 군은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학년을 뛰어넘어 입학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입학을 취소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송 군 부모는 법원에 구제를 요청했고, 재판부는 입학취소 처분의 효력을 잠정 정지시켰다.

당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할 생각이던 송 군은 모든 계획을 유보한 상태다.

송 군의 아버지 수진 씨(46)는 “지금 유근이가 던지는 질문은 대학에서나 답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부모가 돼가지고 어떻게 자기 자식의 재능을 12년이나 묵히도록 하겠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부가 말로는 이공계 활성화와 영재교육에 역점을 둔다고 했지만 결국은 유근이를 학교에서 내쫓았다”며 “교육당국의 쇄신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송 군의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네티즌)들은 “경직된 교육제도가 영재의 싹을 자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군을 응원하는 인터넷 모임이 결성되는가 하면, 교육부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에서는 연일 교육 당국의 처사를 성토하는 글이 실렸다.

‘openfire’는 “유근이가 똑똑한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엔 그저 평범한 아이로 변해 버릴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dodomann’도 “천재 한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유근이가 국가에 크게 기여할 날이 올 것이다. 평범한 교육으로 영재를 망쳐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helen7257’는 “특별한 사람은 특별하게 배우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자”며 “선진국처럼 체계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방해는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한국의 교육에는 희망이 없다”며 보다 나은 교육제도를 갖춘 나라로 이민을 가라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도 아니고 재능에 따라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도 아닌 우리교육. 교육이민과 해외유학이 급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송 군의 위기를 우리 교육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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