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치레 도롱뇽’ 집단 짝짓기 국내 첫 촬영

  • 입력 2004년 6월 27일 17시 07분


꼬리치레 도롱뇽이 집단으로 짝짓기를 하는 모습. 가운데 하얀 알주머니를 둘러싸고 수컷들이 정액을 먼저 배출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왼쪽 하얀 주머니는 이미 수정이 끝난 것이다.-사진제공 박대식씨
꼬리치레 도롱뇽이 집단으로 짝짓기를 하는 모습. 가운데 하얀 알주머니를 둘러싸고 수컷들이 정액을 먼저 배출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왼쪽 하얀 주머니는 이미 수정이 끝난 것이다.-사진제공 박대식씨
환경부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된 희귀종인 ‘꼬리치레 도롱뇽’의 짝짓기 장면이 국내에서 처음 촬영됐다.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박대식 교수팀은 최근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 소재하는 환선굴이라는 동굴 속에서 꼬리치레 도롱뇽을 관찰한 결과 암컷 10여마리를 포함한 100여마리의 개체들이 한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짝짓기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고 밝혔다.

도롱뇽은 새끼 시절에는 물에 살고 어른이 되면 땅에서 생활하는 양서류의 일종이다. 꼬리치레 도롱뇽 외에 국내에는 북한의 ‘네발가락 도롱뇽’,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의 ‘제주 도롱뇽’,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일반 ‘도롱뇽’ 등 3종이 있다. 보통 암컷 한 마리가 두 개의 알주머니를 낳으면 여기에 수컷 5∼6마리가 경쟁적으로 달라붙어 정액을 배설강을 통해 배출한다.

이런 ‘체외수정’은 한국의 도롱뇽이 갖는 특이한 현상. 세계적으로 도롱뇽의 95%는 수컷이 정자주머니를 물 속에 낳으면 암컷이 이를 배설강으로 빨아들여 ‘체내수정’을 한다. 진화적으로 체외수정은 체내수정보다 원시적인 종류가 행하는 방법으로 고려된다. 즉 한국의 도롱뇽이 상대적으로 오랜 역사를 갖는다는 의미.

꼬리치레 도롱뇽은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에 서식하고 있으며, 꼬리가 몸보다 길어 치렁치렁 꾸민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 성체의 길이는 13∼18cm.

박 교수는 “짝짓기는 물론 알을 낳는 모습이 발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물 속 40cm 지점의 바위에 알주머니를 낳는데 하나의 주머니 안에 지름 0.75cm의 10∼12개 백색알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한국의 도롱뇽은 작은 개울이나 연못에 지름 2∼3mm의 50∼120개 알을 낳는다.

꼬리치레 도롱뇽은 산소가 풍부하게 녹아있는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종으로도 유명하다.

박 교수는 “일반 도롱뇽은 다양한 수온에서 잘 견디지만 꼬리치레 도롱뇽은 산소가 많이 녹는 온도인 7∼10도에서 생존한다”며 “식수로 치면 초1급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요한 환경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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