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임신하면 몸무게 100배로 증가한다

  • 입력 2004년 4월 11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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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 암컷은 교미 중에 수컷으로부터 폭식인자를 건네받은 탓에 임신 중에 몸집이 100배나 커진다.   -사진제공 PNAS
진드기 암컷은 교미 중에 수컷으로부터 폭식인자를 건네받은 탓에 임신 중에 몸집이 100배나 커진다. -사진제공 PNAS
임신한 여성의 한 가지 고민은 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찌는 현상. 최대 15kg까지 증가한다고 하니 고민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동물 세계에서는 임신했을 때 무려 100배까지 몸무게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위안으로 삼으면 어떨까.

화제의 주인공은 진드기. 사람과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골칫덩어리다.

캐나다 에드먼턴 소재 앨버타대의 생물학자 브리안 바이스 박사팀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아프리카 소에 붙어사는 진드기 암컷의 몸무게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수컷에 있다고 밝혔다. 정액에 암컷의 식욕을 엄청나게 증가시키는 폭식인자가 있어 교미 후 암컷이 게걸스럽게 피를 빨아먹게 된다는 것.

체중이 불어나는 속도도 만만치 않다. 교미 후 4∼7일이면 몸무게가 10배로 늘고, 이후 24∼36시간 만에 다시 10배가 더 증가한다.

이 폭식인자는 진드기로부터 사람이나 가축을 보호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폭식인자를 토끼에 주입해 자연적으로 면역능력이 생기게 한 후 진드기가 피를 빨아먹는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자 진드기 암컷의 74%가 몸집이 커지지 않았다. 토끼 혈액에 만들어진 면역물질 탓에 암컷 몸에서 폭식인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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