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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11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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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후피임약 ‘플랜 B 모닝애프터’를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것을 모든 주에 권고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만 사후피임약이 일반의약품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현재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돼 있어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를 가진 뒤 복용하기 때문에 응급피임약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노레보’의 경우 성관계 후 3일 이내에 두 차례 복용하면 75∼90%까지 임신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사후피임약은 이미 임신이 된 상태에서는 효과가 없다. 약 자체가 배란을 연기시키거나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착상되지 못하게 작용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낙태를 유도하는 낙태피임약이 팔리고 있어 이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약을 복용해야 할 상황이 대부분 ‘응급상황’이란 점을 강조한다. 임신을 막기 위해서는 빨리 약을 먹어야 하는데 언제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은 뒤 약국에 가서 약을 사겠느냐는 것이다.
또 불미한 사고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불법낙태 등을 막기 위해서는 편하게 약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론자의 비판도 만만찮다. 우선 사후피임약의 에스트로겐 농도가 일반 피임약보다 5∼6배 높아 월경주기를 무너뜨리고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정확한 진료와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
성 개방 풍조와 맞물려 사후피임약의 남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10대 청소년의 무분별한 성생활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실제 미국에서도 뉴멕시코 등 4개 주를 제외하고는 이 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논쟁의 ‘공’은 보건당국으로 넘어갔다. 정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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