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3월 10일 18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통지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가 적혀있는 데다 밀봉되지 않은 채 전달되는 등 배달 과정에도 문제가 있어 개인 정보가 쉽게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0일 행정자치부와 일선 동사무소 등에 따르면 훈련 통지서는 각 동사무소의 주민등록 관리시스템을 통해 출력돼 통장이나 공익근무요원이 전달하고 있다.
이 통지서를 받는 훈련 대상자는 전국적으로 민방위 1∼4년차 가운데 직장 민방위대원을 제외한 110만7000여명이다.
민방위기본법은 ‘통지서를 세대주 및 성년의 가족에게 전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상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규정을 100% 지킨다 해도 통장이나 공익요원에게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현실적으로 통지서에 적힌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면 인터넷 유료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신분증 위조 및 신용카드 개설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소한 주민등록번호만이라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 제기돼 왔다.
행정자치부는 3년 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수작업으로 지우도록 각 동사무소에 지침을 보냈으나 상당수 지역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훈련 대상자가 1만여명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 구 담당자는 이 지침 자체를 모르고 있고 금곡동과 구미동 등 대다수 동사무소에선 출력된 통지서를 그대로 발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동사무소 관계자는 “뒷자리를 사인펜으로 지우고 있으나 대상자가 1000여명에 달해 일일이 신경 쓸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더러 민원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보호 시민행동 박준우(朴埈佑·30) 간사는 “사소한 정보유출이 대형 신용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정부가 개인정보 관리에 허술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훈련 통지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됐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보안 불감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뒷자리가 표시되지 않는 새로운 민방위훈련 전산프로그램을 7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라며 “시군구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련 정보를 등록하면 통지서를 e메일로 받아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