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우울증-망상-치매 치료제 ‘할돌’…운동장애 부작용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21분


▽증세〓“어머니가 정상이 아니에요.”

응급실에서 중년의 오누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들 옆에 환자가 들것에 기대 있었다. 환자의 손가락은 크게 떨렸다. 어깨는 들썩들썩 멈출 줄을 몰랐다. 입은 의지와 관계없이 실룩댔다.

자녀들에 따르면 그녀의 몸무게는 몇 달 만에 10㎏ 이상 줄었다.

환자는 뼈엉성증 치료약과 수면제만 복용하고 있었고 최근 피로를 호소했지만 통증이나 어떤 다른 증세도 없었다.

▽진단〓환자에게 식기를 가져오게 해서 먹게 했지만 그녀는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결국 식기를 물리쳤다.

환자는 그리스어로 ‘쉼 없는 춤’이라는 뜻을 가진 ‘무도무정위운동(舞蹈無定位運動)’이라는 운동장애를 겪고 있었다. 이것은 자체로서 독립적인 병은 아니며 다른 질환 때문에 운동을 조절하는 뇌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증세다.

처음엔 파킨슨병을 의심했다. 그러나 가족에 병력이 없었고 검사에서 아무런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뇌중풍은 아닌가요?” 수련의가 말했다. 갑상샘질환, 당뇨병, 루푸스 등의 흔한 질환 때문에도 이런 흔하지 않은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뇌중풍은 보통 갑자기 나타나는데 이 환자는 서서히 증세가 진행됐다. 루푸스나 당뇨병의 전력도 없었다. 갑상샘 질환의 징후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약물 복용의 부작용이 아닌가 의심했다. 정신분열병 치료제를 먹고나서 이런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약사를 부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다음날 각종 검사 결과를 검토했지만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그녀의 병은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오전 늦게 해답이 나왔다. 약사가 “환자가 수면을 위해 ‘할돌’이라고 알려진 할로페리돌을 복용했다”고 알려온 것이었다.

▽상황〓환자의 딸은 “어머니가 지난 겨울에 폐렴으로 입원했다”며 “어느 날 밤 우리가 떠난 뒤 갑자기 정신을 못 차리고 어쩔 줄 몰라했다”고 전했다.

이런 일은 환자가 신체적으로 괴로운 데다 낯선 환경 속에 혼자 있을 때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환자는 방향을 잃고 병실 안을 헤맸고 침대에 오르려다가 떨어졌다. 간호사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침대에 묶는 재킷을 입히고 고정시켰다. 그녀는 몸이 묶이는 처지에 처하자 우울감이 심해졌고 자녀와 심지어 죽은 남편을 찾았다. 간호사는 할돌을 먹였다.

▽결론〓할돌은 우울증을 동반하는 혼란, 망상, 치매에 아주 잘 듣는 약이다. 그러나 운동장애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보통은 몇 년 동안 이 약을 복용해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지만 노인에게는 부작용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할돌의 복용을 중지시키고 자녀에게 밤에 돌아가면서 간병하게 했다. 며칠 뒤 놀랄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환자는 손떨림이 줄어들었고 혼자서 밥을 먹었다. 발음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훨씬 명료해졌다. 그녀는 요양원으로 갔다. 그녀는 곧 혼자서 정상적으로 생활 할 수 있을것 같다.

뉴욕타임스〓리자 샌더스(커넥티커트병원 실습 의사 겸 예일의대 교원)정리〓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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