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美식품의약국 깊은 고민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21분


‘제약회사의 말할 권리냐, 소비자를 보호할 의무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고민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언론이 전했다. FDA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약이나 기능성 식품, 화장품에 대해 제조사가 선전하는 내용을 엄격히 규제해 왔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미국 수정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연방대법원은 제약사가 특별히 혼합 조제한 약의 광고와 판매를 금지하는 FDA의 규제가 너무 과도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99년에 워싱턴 고등법원은 다이어트 보충제의 제조사가 라벨에 건강상의 효능을 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88년 워싱턴 지방법원은 승인된 약과 의료기기를 승인되지 않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FDA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많은 제약사들은 FDA의 규제가 필요하지만 일부 조항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먹는 칼슘이 혈압을 낮춰준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지만 FDA는 그 근거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광고에 싣지 못하게 한다. 또 의료기기나 약이 일단 한 용도로 승인이 된 뒤 의사들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FDA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승인되지 않은 용도로 사용했다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려주는 광고물조차 금지돼 있다.

그러나 90년대에 FDA 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케슬러 예일대 의대 학장은 “언론의 자유를 빙자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회사들이 광고하려는 바가 ‘정확’하기는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약에 대해 100가지 실험을 해서 이 약이 암에 효과가 있다는 하나의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이 약이 암을 치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기술이지만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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