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검사로 시신이동 여부 추적…사인규명 첨단기법 총동원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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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년들’의 사인 규명 작업에는 경찰 수사 외에도 곤충학, 토양학, 방사선 및 유전자 검사 등 과학수사 기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업은 법의 곤충학 검사. 고신대 생명과학과 문태영(文太暎) 교수는 “도시나 바닷가 등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 잔해가 유골이나 유품 주변에서 발견될 경우 와룡산 현장에서 숨진 것이 아닐 수 있다”며 “이 같은 검사를 통해 시신이 옮겨진 것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신의 피를 먹거나 알을 슬기 위해 날아오는 파리의 경우 종류에 따라 오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

청파리는 신선한 상태를 좋아해서 사람이 숨진 지 5분 이내에 가장 먼저 도착하며 이어 부패 정도에 따라 금파리-쉬파리-침파리 순서로 거쳐간다.

같은 시신의 피라도 파리의 종류에 따라 좋아하는 상태가 다르기 때문. 예를 들어 쉬파리의 잔해나 알의 흔적이 발견됐는데 청파리나 금파리의 흔적이 없으면 이는 사람이 숨진 뒤 일정 시간 동안 파리들이 시신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 즉 시신의 이동이나 조작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또 파리는 주로 도시에서 서식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잔해가 옷 등에 남아 있다면 이는 야산이 아닌 도시 건물 안이나 근처에서 사망해 와룡산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시신의 이동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토양학 검사도 병행된다.

유골 주변의 흙이나 유골 위에 있는 돌이 유품과 유골이 발견된 와룡산의 특성과 다를 경우 이 또한 시신이 이동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밖에 X레이와 방사선 검사는 눈으로 찾을 수 없는 미세한 외부충격의 흔적과 이 흔적의 시간 경과 정도를 파악하는 데 이용된다.

대구〓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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