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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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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항공의료원 이원근 원장. 직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전공분야는 특이하다. 그는 한국에 3명밖에 없는 항공우주의학 전문의 가운데 한 사람이다.
많은 의사가 땅 위에 사는 사람의 건강을 돌볼 때 이 원장은 하늘과 우주에 있는 사람의 건강을 책임진다. 주변에서는 그를 두고 “항상 붕 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원장은 “비행기를 이용해 여행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한국의 항공우주의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비행 중 건강 문제로 불상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평소 스스로 건강 관리를 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1 하늘은 다르다
“하늘 높이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지고 산소는 희박해집니다. 또 이륙부터 착륙까지 탑승객들은 소음과 진동에 노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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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항공성 중이염은 기압이 낮은 공중에서 높은 땅으로 착륙할 때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감기 등으로 편도선이 부어 있는 사람이 잘 걸린다. 지상에서 생긴 중이염과 달리 세균 감염으로 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치유된다.
이밖에 평소 심부전 협심증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이나 천식 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은 기내 환경 때문에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이 원장은 “바로 이 같은 특수한 환경때문에 항공우주의학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항공우주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공군 의무감실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던 89년 무렵. 2000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튼시 라이트주립대에서 항공우주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친 그는 지금 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종사 800여명과 승무원 1800여명의 비행 전후의 건강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2 일반석 증후군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일반석 증후군의 정확한 병명은 심부정맥혈전증이다. 2년 전 호주 시드니에서 올림픽 경기를 구경하고 귀국하던 28세 영국 여성이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급사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일반석 증후군은 기내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피의 흐름의 둔해지고 찌꺼기(혈전)가 생겨 폐혈관을 막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한 상태. 숨진 여성은 귀국 전 호주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던 것으로 밝혀져 기압이 높은 물 속에서 기압이 낮은 기내로 짧은 시기에 이동하는 바람에 심부정맥혈전증에 걸렸다는 주장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의료원에서는 직접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 원장과 간호사 4명이 호주 시드니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2시간 간격으로 피를 뽑아 검사한 결과 혈전이 생기지 않았고 비행기 진동으로 오히려 피가 묽어졌다. 이같은 실험결과는 5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항공의학회에서 발표됐다.
이 원장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혈전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환자에게 기내는 여전히 위험한 환경이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만 당뇨병 동맥경화 암환자와 피임약을 먹는 여성,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수시로 물을 마시고 기내 스트레칭을 하며 좌석 사이의 통로를 걷는 것. 앉은 자세에서 발목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좌석 밑에 짐을 두는 것은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없애는 것이어서 피해야 한다.
#3 에어 앰뷸런스
“94년부터 5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해 숨진 사람은 모두 11명이었는데 모두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항공사 사정도 비슷합니다.”
이 원장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기내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 때문에 관제탑과 기내로 연결되는 전화를 통해 ‘원격진료’를 한다. 비행기 표를 예약할 때 어떤 질병을 가졌는지 미리 알려준다면 탑승 전 예방조치 등을 통해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주장이다.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총무이사인 그는 최근 ‘에어 앰뷸런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 앰뷸런스는 1차 구급약과 산소통, 인공호흡장비 등을 갖춘 헬리콥터나 경비행기.
한국보다 국가경제력이 떨어지는 동남아시아 국가도 1대 이상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없어 군과 경찰, 산림청 헬기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전형적인 산악지형인데다가 섬 주민이 많은 한국 현실에서 에어 앰뷸런스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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