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본 세상]부부의 행복은 입과귀가 좌우?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07분


해마다 갈라서는 부부가 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미국과 영국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3위로 올라섰다.

하루 이혼 부부는 370쌍. 결혼한 3쌍 중 1쌍이 이혼하니 이제 이혼이 유별난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이혼율이 높은 미국에서는 ’가족의 붕괴’가 선거 때마다 쟁점으로 등장한다. 이러다 보니 가족학자와 심리학자의 연구가 이혼에 집중되고 있다. 물론 부부 관계 전문 상담소도 많다.

몇 년 전 가족학자인 미네소타대 데이빗 올슨 교수 등이 부부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해 상담 도구로 개발한 195개의 질문은 부부의 이혼 예방과 상담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이 질문지를 무려 2만 쌍의 부부에게 나눠주고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는 어떤 점에 차이가 있는지를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결과 ’배우자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에 행복한 부부는 83%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불행한 부부는 18%만 동의했다.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 사이에 ’그렇다’는 응답률이 매우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은 다음과 같다.

’배우자가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이해 못한다’(행복한 부부 13%, 불행한 부부 79%, 이하에서는 숫자만 표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쉽다’(85%, 22%) ’배우자가 말하는 방식에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90%, 15%) ’재정적 결정을 함께 내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80%, 32%) ’부부간의 성관계가 만족스럽다’(85%, 29%)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자세를 바꿀 용의가 되어 있다’(87%, 46%) ’배우자가 나의 생각과 견해를 이해한다’(87%, 19%).

불행한 결혼 생활은 단지 부부와 자녀 관계 뿐 아니라 직장의 업무 효율, 육체적 정신적 건강, 재정 상태 심지어는 수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젊은 세대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를 보면서 결혼을 운명적 사랑 또는 격정적 사랑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낭만적 결혼관’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성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화학적 결합’은 결혼에 이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높은 이혼율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혼은 개인은 물론 가족에까지 큰 불행이다.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부부 관계를 윤택하게 만들 수 있도록 행동을 교정하고 심리 치료도 해주는 전문가와 상담소가 많이 생겨야 한다.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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