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PS2가 한국서 죽 쑤는 이유

  • 입력 2002년 5월 10일 14시 53분


2000년 3월 선보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사의 비디오게임기(콘솔) '플레이스테이션2'(PS2). 미국에서 '2001년 최고의 상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고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2800만대가 팔려 게임기 시장점유율 60%의 '21세기 홈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게임기가 한국에서는 발매 2개월만에 판매량이 4분의 1로 뚝 떨어지며 '죽을 쑤고'있다.

2월 22일 발매된 PS2는 시판 전 예약 판매에서 1만대가 1시간만에 매진되고 첫 달에는 8만 여대가 팔려나가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4월 들어 판매량이 2만대로 급감, 배급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당황하고 있다.

SCEK는 대작 게임타이틀의 부재를 원인으로 들면서 "5월 말 '메탈기어 솔리드' 등이 나오면 판매량이 다시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나와 있는 게임 중에 이미 PS2용 대작급 타이틀이 있다는 게 게임 마니아들의 얘기. '철권 태그 토너먼트' '이코' '귀무자' 등이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파이널판타지10' '메탈기어솔리드' 출시 소식도 게이머들 사이에 이미 알려져 있다.

게임유통업체들은 "SCEK가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다 일본식 영업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SCEK가 정식 영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보따리 장수' 등을 통해 판매된 PS2가 20만대가 넘는 데다 불법 복제된 게임타이틀도 이미 1000여종이 거래되고 있었다. 특히 PS2를 보유한 마니아들은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새로 나온 외국산 타이틀을 실시간으로 손에 넣고 있다.

마니아가 아닌 게임을 처음 해 보는 사람들로 소비자층이 변해야 판매량이 늘어날 시점이지만 "2만∼4만원짜리 게임 15종을 즐길 수 있으니 35만9000원 내고 게임기를 사라"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테크노마트 A게임샵 김모 대표(34)얘기. 김 대표는 또 "콘솔 마진이 20%정도는 보장돼야 값을 깎아주며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데 SCEK는 7∼8%밖에 마진을 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SCEK측은 "기계는 적게 남기고 팔되 게임타이틀을 팔아 돈을 벌 게 해 주겠다"고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겨우 15개 타이틀이 얼마나 많이 팔리겠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PS2가 국내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 먼저 △게임타이틀 수가 외국 수준으로 늘어나고 △신작 게임이 외국과 동시에 국내에 출시되며 △불법복제품이 완전히 사라져야 하지만 이 조건이 충족돼도 PS2가 많이 팔릴지는 의문.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거실에 나와 오락을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SCEK 윤여을 사장은 "PS2의 DVD 재생기능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의사 변호사 등을 모델로 내세운 '게임은 성공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 광고로 성인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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