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식물이 있다

  • 입력 2002년 4월 24일 16시 25분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지구상의 어느 식물 박사에게 이름을 물어봐도 “글쎄, 이게 뭐지?” 라는 답변 밖에 들을 수 없는 식물이 존재할까. 믿기 어렵지만 그렇다.

26일 충남 태안에서 개막하는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 에 진객으로 초청받은 정진봉(鄭鎭奉·53·서울 구로구 구로동)씨의 소장 식물이 그것.

정씨는 70년대 초 동남아를 여행하던 중 인도네시아의 한 야산에서 이 식물을 캐왔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사진과 관련자료를 수많은 식물학 및 생명공학 전문가에게 보내 학명 등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최근에는 이 분야의 전문기관인 뉴욕 주립식물원 연구원과 동남아 전지역의 분포 식물을 도감으로 만든 일본 히로시마대학 관계자 등에도 문의했지만 “배운 적도 없고, 알 수 없는(unstudied and unknown) 식물” 이라는 답변을 해왔다는 것.

정씨는 30년간 이름을 붙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안쓰럽던 중 최근 한 초등학생이 이 식물을 보고 “참, 신기하다” 고 감탄하는데 착안해 ‘신기 단엽목’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높이 20∼30cm, 폭 10∼30cm 정도에 가지는 2.0∼3.0cm로 가늘며 자그맣고 노란꽃을 피우는 이 식물은 정체를 알 수 없을 뿐아니라 초등학생의 감탄처럼 실제로 신기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나뭇잎 색깔은 햇빛을 받으면 암적색을, 햇빛이 사라지면 녹색으로 변한다. 잎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리면 마치 신경이 살아있는 동물이 수줍음을 타듯 아래로 가라 앉는다.

정씨는 “신비에 쌓인 신기 단엽목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박람회 기간 내내 금강초롱관에서 전시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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