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길거리 인터넷' 집보다 10배 빨라

  • 입력 2002년 2월 25일 22시 42분


카페 '이리디'에서 무선인터넷을 시연해보고 있는 조정연씨.
카페 '이리디'에서 무선인터넷을 시연해보고 있는 조정연씨.
《찬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 서울 세종로 광화문 지하철역에서 만난 조정연씨(23·한양대 일어일문학과 3학년)는 노트북 컴퓨터(PC)를 열어놓고 있었다.

“메일을 확인하던 중이었어요.” 방학이라 자주 못 보는 친구들과 메일을 주로 주고받는다고 했다.

조씨의 노트북에는 전화선이나 전용선이 꽂혀 있지 않았다. 선을 연결시키지 않고도 인터넷 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 이달부터 본격 서비스되고 있는 무선랜을 통한 인터넷 접속의 현황을 체험해 보기 위해 조씨는 동아일보의 요청으로 광화문에 나온 길이었다.》

“처음 써보는 건데 참 빠르네요. 선도 없이 이렇게 걸어다니면서도 이용할 수 있다니….”

조씨가 감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집에서 쓰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통 1∼2Mbps, 최신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이 최대 144Kbps인 데 반해 무선랜을 이용한 인터넷은 최고 11Mbps의 속도가 나온다. 집보다는 10배, 휴대전화보다는 76배 가량 빠른 것. 이처럼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단말기로 동영상을 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래 누구나 그렇듯 조씨는 게임과 메일에 푹 빠져 지낸다. 지난 학기에 배운 ‘성(性)의 이해’라는 과목을 담당한 교수는 아예 인터넷에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열어 시험자료를 올리기도 했다. 학기초에 수강신청은 인터넷으로 한다. 여기다 일본어에 관심있는 학생들끼리 모여 일본인과 함께 회화를 연습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자주 드나든다. 조씨는 졸업 뒤 일본어 통역사가 되고싶다.이렇게 보면 조씨에게 인터넷은 생활의 도구이자 꿈을 향해 한 발 다가서게 하는 기회의 창인 셈이다.

“이렇게 이동할 때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수강신청이 시작되는 날은 인기과목을 선점하기 위해 두어시간 전부터 PC방에서 대기하거든요. 만일 이동 중에 인터넷이 된다면 학교 가는 길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로 이동하면서 조씨가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무선인터넷 기술로는 지하철로 이동중 인터넷 접속은 불가능하다. 현재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는 곳은 KT(옛 한국통신)와 하나로통신. 데이콤은 시범서비스만 하고있으며 두루넷 온세통신 SK텔레콤 KTF 등에서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AP(Access Point·이동전화의 기지국처럼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중계장치)가 설치된 지역을 찾아가야 한다. AP는 2.4㎓대의 주파수를 노트북으로 쏘아주는 역할을 한다. 반경 200m 이내(실내는 50m)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KT는 리츠칼튼 조선 아미가 부산롯데 등 호텔과 코엑스몰, 동서울호텔, 동서울터미널, 상봉터미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과 이화여대 광운대 삼육대 등 대학교 캠퍼스에 AP를 설치했다. 연세대 한양대 건국대 등은 6월쯤 AP 설치가 끝날 예정이며 올해 말까지 전국 1만 곳에 10만개의 AP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나로통신도 메리어트호텔 맨하탄호텔 충남대 명지대 센트럴시티 인천공항 명동 코엑스 버거킹 등에 설치해뒀다. 이 수많은 AP가 설치된 지역(핫 스폿) 가운데 조씨는 대학로에 있는 카페 ‘이리디(i li di)’를 찾았다. 오전이라 한가한 시간이어선지 손님은 드문 편이었다.

조씨는 다시 노트북PC를 열었다. 무선랜카드를 꽂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고 컴퓨터를 켰던지라 부팅 중 랜카드를 꽂았더니 컴퓨터 작동이 중단됐다.

“아, 부팅중 랜카드를 꽂지 말고 완전히 종료시킨 뒤 랜카드를 넣고 재부팅을 시켜야 하는군요. 다른 모뎀카드보다 반응이 더 민감한 같아요.”

다시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왔다. 조씨는 최근 푹 빠져 지내는 명품시계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아이쇼핑’을 했다. “집에는 초고속 인터넷을 아직 못 깔고 있고요, 주로 PC방을 이용하는데 이용요금이 적당하고 괜찮은 것 같아요. 무선랜 서비스는 이용요금이 좀 비싼 편 아니에요?”

사실 PC방에서 이용하는 것보다는 무선랜은 비싼 편. 가입자별, 상품 유형별로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KT 네스팟의 경우 1만원을 내면 한 달에 5시간 동안 접속할 수 있다. 3만5000원을 내면 무제한 사용한다. 핫스폿 지역에서 이용할 때는 시간당 3000원선이다. 하나로통신의 하나포스 애니웨이도 비슷하다. 앞으로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고 이용자가 늘면 이용료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3시간 가량의 ‘실험’을 마친 뒤 조씨는 “값도 좀 싸지고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이 일반화돼 작은 기기를 들고 다닐 수 있으면 저도 길거리에서 인터넷을 해보고 싶네요”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2월 현재 무선랜 서비스가 되는 지역
 KT하나로통신
서울리츠칼튼·스위스그랜드·아미가·조선·동서울 호텔,광운대 삼육대 이화여대 아주대, 카페 이리디(대학로) 네이버(신촌) 다예랑(압구정동) 할리스(강남점 압구정점),상봉터미널, 지하철 광화문·공덕·여의도역메리어트·맨하탄호텔,호텔롯데월드,코엑스,센트럴시티,지하철 사당역 인근·광화문역·동대문운동장역·을지로4가역·종로3가역,씨네씨티,하나증권(본점),오류도서관,버거킹(서울 전 지점),롯데리아(월드스포츠 영프라자지점 종로점 자바대학로점),
경기한국외국어대(용인)버거킹(평택 안양 수원인계 일산백마 일산마두 의정부 일산까르푸 인천 씨마점),롯데리아(안양점)
부산롯데호텔 서라벌호텔롯데리아(진주신안) 버거킹(부산남포점)
대구경주힐튼호텔 영남대버거킹(지산 대구상인 대구만촌 동성로점) 진시스템 롯데리아(대구성당) 미스터피자(상인점) 국민은행(비산 평리점)
전남무등파크호텔 신양파크호텔 
전북원광대 전주대 
충남롯데호텔(대덕) 호서대 
충북청주관광호텔 호텔후렌드리 
강원강원대버거킹(춘천점)
제주오리엔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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