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단모집 20대 경찰조사중 독극물 자살

  • 입력 2002년 2월 16일 01시 03분


인터넷에 자살을 종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20대 피의자가 성분을 알 수 없는 독극물을 먹고 숨졌다.

14일 오후 11시40분경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자살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조사를 받던 오모씨(23·무직)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5일 오전 1시경 숨졌다.

오씨를 조사한 김모 경사(37)는 “조서 작성을 위해 어머니의 이름을 묻는 순간 오씨가 갑자기 괴로운 표정으로 심호흡을 몇 번 하다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오씨의 시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한영 법의학과장은 “위 점막이 많이 헐고 위벽 전체가 변색된 걸로 봐서 청산가리 같은 강한 독성의 독극물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성분 분석에는 7∼10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장은 “오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는 1차 검사 결과 독극물 반응이 나오지 않아 현재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씨가 조사를 받기 직전 의경 2명과 화장실에 다녀온 사실을 밝혀내고 이 과정에서 숨겨 갖고 온 소량의 독극물을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 중이다.

지난해 1월 군에서 탈영해 수배를 받던 오씨는 8일 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3개 사이트에 ‘자살단 100명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14일 오후 경찰에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한편 경찰은 숨진 오씨가 지난해 11월 초 자살한 김모씨(23)의 주민등록증과 지갑을 소지하고 있어 김씨의 죽음이 오씨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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