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앞서가는 벤처 "불황 모른다"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9시 01분


《전반적인 불황속에서도 ‘잘 나가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벤처투자에 대단히 신중해진 창업투자회사들로부터도 수십억원의 신규 투자를 받으며 쾌속질주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가진 공통점은 독자적인 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 대기업의 하청기업이나 외국 제품을 모방해 국내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어렵게 기술을 개발해 투자자들의 검증을 받았다.》

산은캐피탈의 김영철 팀장은 “대기업들이 내년도 투자계획을 줄이면서 납품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별다른 대책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춘 중소기업은 상황이 어려워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북랜드(대표 박진규·www.ibookland.com)는 최근 KTB네트워크와 산은캐피탈, 동원창투 등으로부터 액면가(500원)의 26배에 해당하는 주당 1만3000원에 투자를 받았다. 벤처거품이 빠지면서 5배도 힘든 실정에 놀랄 만치 유리한 조건이다. 총 투자액은 26억원.

이 회사는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도서를 스케줄에 따라 매주 배달해주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해 교육프로그램을 짠다는 점에서 기존의 도서대여점과 차별성이 있다. 시장 점유율은 80% 정도.

참신하고 독창적인 사업모델과 지속적 성장가능성이 투자유치 성공 비결이다. 지난해 3월 자본금 4억원으로 출범해 첫해에 1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00%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

모빌닉(대표 조성훈·www.mobilenic.co.kr) 역시 독자기술로 불황을 헤쳐나가는 중소기업. 지난해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선 신용카드결제기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cdma 2000 1x용 무선 신용카드결제기를 KTF를 통해 시판중이며 특히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캐릭터를 내려받는 콘텐츠 공급으로 매달 1억원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거두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 6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 한 해 동안 150억원의 매출과 3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케이디미디어(대표 신호인·www.kdmedia.net)는 1969년 주택복권 제조를 시작으로 32년간 복권, 유가증권 등 특수인쇄 분야에서 인지도를 쌓아온 베테랑 업체. 올해 산은캐피탈과 기보캐피털,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25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유가증권 제조과정에서의 도난과 분실, 위변조 등을 방지하는 ‘유가증권 검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기존의 기술을 디지털 분야에 접목시켜 DVD 타이틀 제조사업에 나섰다. 최근 일본 파나소닉과의 기술제휴로 DVD 타이틀 대량복제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 매출은 138억원. 올해는 매출액 200억원과 경상이익 29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태영텔스타(대표 윤태진·www.tytelstar.com)는 디지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DVD플레이어,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제품의 100%를 유럽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방송의 본격 시작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외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2000만대 수준인 세계 셋톱박스 생산규모는 2004년엔 6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3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억원)보다 139.8% 늘어났다.

동원창투의 구중회 심사역은 “불황기를 잘 버텨내고 있는 업체 중 대다수는 어려움을 한번 이상 겪어본 회사들”이라며 “호경기만 겪은 업체들은 ‘온실 속의 화초’라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선뜻 투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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