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혁신, 기업을 살린다(하)]재래시장이 사라진다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46분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솔루션 제공업체 제너럴일렉트릭 글로벌익스체인지서비스(GEGXS)가 자리잡은 미국 워싱턴DC 근교.

GEGXS의 프랭크 컴패그노니 기술담당 최고책임자(CTO)는 e마켓 플레이스의 장점을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에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단순한 거래(Broker)만 하는 B2B에 머물면 경쟁기업간 불신이 쌓여 참여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게 되고 마침내 제품에 대한 완벽한 구매정보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거래수수료에 의존할 경우 참여자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생기고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e마켓 플레이스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

▼ 글 싣는 순서▼
<상>물류회사가 IT기업으로
<중>기업이 작아진다
<하>재래시장이 사라진다

GEGXS는 이를 위해 우선 해당 업종의 우량기업 만으로 B2B 시장을 구축한 뒤 참여 기업이 e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 뒤 참여기업을 차츰 늘려 정보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운영중인 석유화학사업 관련 e마켓 플레이스가 정보의 양과 질에 있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 덕분. 기존 석유화학사업 B2B 사이트 운영업체가 거래비용 중심의 시장을 만들었다가 실패했지만 GEGXS는 참여 업체들의 파이프라인 사용정보와 기업간 거래내용, 재고정보 등을 넘겨받아 맞춤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정보제공료와 거래수수료 등을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GEGXS의 신뢰도는 참여업체들이 믿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자동차 업계의 ‘빅3’인 GM과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B2B 마켓 플레이스인 ‘코비신트(Covisint)’에 고작 20여개의 부품 공급업체가 참여하는 것도 운용 주체가 부품 수요자인 자동차 제조업체라는 점 때문이라는 것. 컴패그노니씨는 “참여기업 간의 신뢰관계 형성이 e마켓 플레이스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며 “경쟁업체 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스턴에 자리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본사는 컨설팅 업무 못지 않게 B2B 솔루션 제공업에도 열을 쏟고 있다. BCG는 미국의 ‘구매정보 최적화 시스템(Strategic Sourcing)’과‘시장참여자 간의 협력(Coll-aboration)’을 온라인 B2B 시장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건으로 꼽는다. BCG의 마시모 루소 부장은 “구매정보 최적화란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정보 중에서 구매자가 요구하는 최적품을 자동적으로 찾아주는 것”이라며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면 구매자는 시장을 믿게 돼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만으로는 기업 간의 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시장 참여자들끼리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

BCG는 이 밖에도 성공적인 e비즈니스를 위해 B2B 전자상거래를 통해 기업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구매와 관련한 내부 조직을 통폐합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사전조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DC·보스턴〓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전문가 한마디

e비즈니스와 기존 IT의 가장 큰 차이점은 커뮤니케이션의 개방성과 이에 따른 경제성에 있다. 이 특성 때문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간 거래가 적은 비용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e비즈니스 환경에서 인터넷이라는 혁신적 기술의 가치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통합이 절실해졌다.

기업의 가치 창출 과정은 기업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련 기업들과의 거래를 얼마나 조화롭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기업의 e비즈니스 외부 통합(External Integration)이라 한다.

기업이 e비즈니스 외부 통합을 통해 다른 기업들과의 거래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같은 부서나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만약 기업 내부의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e비즈니스 외부 통합이 잘 이루어진 기업일지라도 가치 창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실제로 e비즈니스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GE나 인텔 같은 기업이 가장 먼저 노력한 분야가 내부 통합(Internal Integration)이었다.

진정한 e비즈니스화란 기술과 경영전략을 내외부적으로 통합하여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당장은 경제적인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외부 e비즈니스 통합을 위한 투자를 꺼린다고 하더라도 내부 e비즈니스 통합을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내부적인 준비 없이 외부 e비즈니스 통합이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김보원 교수 bwkim@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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