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방제 회사 게시판 '유머태풍'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46분


고객:나는 바퀴벌레를 먹는다. 아주아주 맛있다. 그 씹히는 맛이 달콤하고 쓴 바퀴벌레!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모기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쥐와 키스도 해봤다. 나의 주식은 바퀴벌레, 파리, 모기, 쥐, 개미이다. 으… 맛있는 나의 반찬들. (바퀴벌레와 쥐, 개미, 모기, 파리를 사랑하는 소녀)

회사:저희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바퀴, 모기 등의 해충은 고단백질로 영양가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니고 있는 병원균은 수십종으로 사전처리를 잘 하시고 드셔야 될 것입니다.(중략) 행운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일까? 이 내용은 한 중견업체의 게시판에 올라있는 ‘고객과의 대화’다. 최근 이 게시판이 인터넷에 ‘유머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은 물론 각종 인터넷 포털의 유머란이 이 내용으로 도배되고 있다. 다음카페(cafe.daum.net)와 하늘사랑(www.skylove.com)에는 팬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

화제의 회사는 의외로 세스코(www.cesco.co.kr)라는 해충방제 전문기업.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한 네티즌이 올린 엉뚱한 질문(위의 내용)과 답변이 1년만에 우연히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게시판의 특징은 아무리 엉뚱한 내용이라도 꼭 답변을 해준다는 것. “국민을 화나게 하는 정치인이란 ‘해충’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짖궂은 질문에도 “어떤 해충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니 샘플을 보내주면 연구해 박멸법을 통보해 주겠다” 식으로 재치있게 답한다. “벼룩의 간도 뽑아줍니까”에는 “벼룩은 간이 없다”는 친절한 안내가 붙었다.

현재 세스코의 게시판엔 1200건의 기발한 문답이 올라 있다. 이 회사 마케팅팀 손은석 과장은 “고객봉사 차원에서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한 것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며 “덕분에 답변을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눈코뜰 새 없이 바빠졌다”고 밝혔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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