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보통신][금융]옥션-카드社 '사이버 카드깡' 마찰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6분


‘너 때문에 연체관리가 안돼.’

인터넷 경매회사 옥션이 신용카드사들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3월 서울지검 동부지청이 적발한 신종 범죄인 ‘사이버 카드깡 사건’의 뒤처리를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 사이버 카드깡이란 실제로 물품을 놓고 경매를 하는 것처럼 꾸며 현금을 융통하는 수법.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C LG 삼성 국민 등 신용카드사들은 옥션측에 지급해야 할 결제금액 41억원을 묶어두고 ‘카드깡을 근절할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 중이다.

카드사의 불만은 옥션이 카드깡 근절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카드사 신용관리 관계자는 “사이버 카드깡은 옥션과 계약을 하는 협력업체(주로 PC 가전)에서 대부분 발생한다”면서 “계약 체결시 일정 보증금을 받거나 실제 물건이 오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택배서류를 사후 확인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카드깡을 줄일 수 있으나 옥션측이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이버 카드깡의 경우 정상거래보다 연체비율이 6, 7배나 높다”며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돈을 지급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옥션 관계자는 “카드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하루에만도 1만5000건의 거래가 성사되는데 이를 일일이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옥션은 나아가 “돈을 받지 못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최악의 경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카드사의 결제대금 지급보류로 옥션의 주가도 크게 흔들거리고 있다. 1·4분기 실적이 좋아져 비록 10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영업현금 흐름상 8억3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호재가 41억원의 지급보류로 그 약효를 잃었기 때문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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