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제로(ZERO) : 흐름의 원

  • 입력 2001년 2월 22일 10시 48분


제로(ZERO) : 흐름의 원

- 제작사 : 아트림 미디어

- 유통사 : 이소프넷

- 장르 :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 최소사양 : 펜티엄 MMX 266MHz/램 32MB

- 권장사양 : 펜티엄 II 300MHz/램 64MB

- 매체 : CD4장

연상의 여인 '유이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퇴짜만 맞고 괴로워하는 소년 '유기'. 유기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소녀 '하나'를 구해주고 자신이 사고를 당하게 된다.

혼수상태 속에서 유기는 왠지 모를 슬픔이 가슴을 메워 오는 꿈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의 주변이 평상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연 유기는 유이리에 대한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작년 중반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제로'가 출시됐다. 연예시뮬레이션 게임 '플러스'를 통해 널리 알려진 '아트림소프트'의 두 번째 작품인 제로는 게임과 만화, 소설, 화보집 등 다양한 매체로 출시될 예정이어서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로, 그 방대한 대 서사시

'제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철학적인 무게가 느껴지는 중후한 스토리다. 사랑을 소재로 사랑 속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을 표현한다고나 할까?

'제로'는 '숙명'과 '윤회의 원'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국내 게임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다뤄 본 적 없는 주제라 할 수 있는데 무거운 주제인 만큼 '제로'가 말하려는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다소 지루하기까지 하다.

'제로'는 인스톨 CD를 포함해서 4장의 CD로 이뤄져있다. CD의 숫자만큼 '제로'의 스토리는 방대하게 꾸며져 있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상의 치밀한 연계와 복선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슬프고도 애절하게 게임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중반부로 흘러가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심화된다. 주인공은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와 마주치게 되고 이런 결과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끝에야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렇기에 게임의 초반부만 살펴봐서는 게임의 재미를 절대로 알 수 없다.

기존의 사고를 불허하는 신 개념 시스템

이 게임은 유명한 일본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도키메키 메모리얼'과 비슷하다. 약 30명에 이르는 캐릭터들과 일본풍 게임에서 많이 등장하는 장면 그리고 다양한 분기들로 가득하다. 본 게임을 연애 시뮬레이션의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정한 스토리에 따라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미소녀를 공략하는 것이 전부인 연애 시뮬레이션과 비교해 볼 때 분명히 다른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제로'는 액션의 개념과 소설적 스토리, 그리고 어드벤처의 특징이 융합된 새로운 장르다. 게임의 진행은 기본적으로 어드벤처 모드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에 전투와 레벨의 개념이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 점도 인상적이다. 본 게임은 각 파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한번씩 등장하는 인터미션을 통해 적과 조우해 전투를 벌이게 된다.

턴제로 이뤄지는 전투 방식은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되어 있다. 특히 액션게임처럼 다양한 필살기와 함께 롤플레잉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경험치를 도입해 캐릭터의 성장을 꾀할 수도 있다. 각종 기술 사용시 음성 및 애니메이션 효과가 함께 진행돼 기존의 게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건장한 성인들을 위한 게임

'제로'의 특징은 성인지향이라는 점이다. 등급도 18세 이상으로 받았다.캐릭터들의 육감적인 매력과 연기는 볼만한데 자극적인 내용을 담으려던 제작사의 욕심 때문인지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에까지 선정적, 폭력적 내용을 붙인 듯한 대목이 더러 있다.

순정과 하드코어의 조화

그래픽은 깔끔한 편이다. 전문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참여로 감각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전투 모드와 어드벤처 모드의 그래픽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배틀을 사용해 역동적인 화면을 꾸미려 했으나 프레임이 부드럽지 못해 다소 어색하다.

언제나 비슷한 배경에서 전투를 벌인다는 것도 짚고 넘어갈 일이다. 전체맵에서 해당지역을 클릭하면 마을 혹은 그 밖의 다양한 장소를 찾아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배경이 거의 비슷하다. 전투마저 단조로워 재미를 반감시킨다.

최승진<동아닷컴 객원기자> jumping7@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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