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케이, 배상면주가 "IT만 벤처냐…음식-술도 벤처"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25분


‘음식과 술도 이제는 벤처 시대.’

벤처기업이라고 하면 흔히 정보기술(IT)을 갖고 있는 회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25% 이상은 비(非)IT기업이다. 농업기술과 관련된 벤처기업이 있는가 하면 특히 최근에는 음식과 술등으로 승부를 거는 벤처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제이케이푸드테크와 배상면주가가 대표적인 주인공.

▽제이케이푸드테크〓최근 독특한 한식 음식점 운영 시스템과 프랜차이즈 매뉴얼 개발로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한식은 주방장 한 사람의 손과 경험에 맛을 의존하는 음식. 제이케이는 서양 음식처럼 분업 시스템을 이용한 조리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한식을 표준화했다. 이 회사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운영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된장찌개를 주문하면 10분 만에 ‘완성품’이 나온다.

맛이 균일한 된장 국물을 미리 준비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재료만 섞어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똑같은 맛을 내기 위해 이 회사는 2년 동안 2억원을 들여 조리법을 개발했다. 이같은 조리법을 이용해 개발한 한식 메뉴는 무려 300가지. ‘우리들의 이야기’의 월 매출액은 2억원 가량이며 올 한 해 3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제이케이가 개발한 매뉴는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고 주방장이 따로 필요 없는 게 장점. 이 때문에 제이케이는 올해말 롯데월드에 2호 음식점을 차린 뒤 세계로 곧바로 진출할 계획이다.일본 주류회사는 제이케이가 현지 법인을 세울 경우 투자 의향서를 보낸 상태. 이 여세를 몰아 호주와 중국에도 합작 법인을 세워 한국의 맛을 수출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계획이다.

이 회사 장명선 사장은 “일본의 경우 스카이락 등 90여개 외식업체가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며 “토종의 맛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상면주가〓 ‘물은 신(神)이, 술은 인간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술의 역사는 깊다. 술을 만드는 산업은 인류의 가장 오랜 전통산업의 하나.한국전통술 제조유통업체인 배상면주가(대표 배영호·42)는 술로 벤처에 도전하는 기업. 이 회사는 산은캐피탈 등 벤처캐피털이 지분 20%를 가지고 있고 벤처기업 확인을 받았다.

배대표는 ‘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의 창업주인 배상면회장(76)의 차남. 국순당 배중호대표(48)는 그의 형이다. 배대표은 국순당의 마케팅담당 전무로 술과의 인연을 시작했으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96년11월 배상면주가를 설립했다. 우리 전통주를 진정한 문화상품을 만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200년된 한 와인공장에 들렀다가 들은 “와인산업은 로맨스산업”이라는 말은 그의 결심을 더욱 굳히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술은 재미와 부드러움을 떠올립니다. 이렇게 좋은 문화상품이 없죠. 유럽에 가면 관광코코스마다 술공장 견학프로그램이 들어 있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배대표의 경영방침은 첫째도 차별화, 둘째도 차별화다. 더 좋게 만드는 것인 아니라 더 다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철저한 다품종소량생산을 지향하고 있다. 이 회사가 빚어내는 술의 가지수만해도 ‘산사춘’ ‘백하주’ ‘활인18품’ ‘천대홍주’ ‘흑미주’ 등 27가지에 이른다. 양조공정에 있어서도 기계화를 아예 기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낭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수작업을 한다.

배대표의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올해 매출이 작년의 4배인 1백억원에 이르고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배대표는 “우리 전통식품 속에는 벤처의 가능성을 가진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고 덧붙였다.

<천광암·정위용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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