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3인의 진단]'.com 미래' 장미빛일까 잿빛일까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16분


《‘저렇게 젊은 사람이, 저렇게 많은 돈을, 저렇게 빨리.’

모든 사람들의 시샘섞인 부러움을 받으며돌풍처럼 시작된 한국 닷컴기업들의 2000년이 어느덧 저물고 있다. 자금시장은 가나안의 꿀물에서 절대 녹지 않을 것 같은 얼음덩어리로 돌변했다. 격려의 시선은 싸늘한 냉대의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 과연 닷컴기업에 희망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와 관련, 닷컴기업의 대표주자인 염진섭 야후코리아사장 강세호 유니텔대표 이금룡 옥션사장 등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기업

이론가이면서 최고경영자(CEO)인 이들에게 한국 닷컴기업의 미래는 있는지, 내년의 경영 화두(話頭)는 무엇일지를 물었다.》

▽닷컴의 미래〓이사장은 ‘당위적 희망론’을, 강대표는 ‘성숙기 진입론’을, 염사장은 ‘닷컴 소멸론’을 펴 서로 다른 전망을 나타냈다.

이사장은 “고용 성장엔진 부가가치창출 등 3개 측면에서 닷컴을 비롯한 벤처기업은 21세기 한국 경제의 변함없는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 한해동안 닷컴기업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면서 “그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열정을 불태운다면 닷컴의 미래는 밝다”고 덧붙였다. 이사장은 내년에는 각 부문의 선두 닷컴들이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대표는 “닷컴기업은 진입기 성장기 조정기 성숙기 등 4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갈 것”이라며 “올해초는 한국 닷컴의 성장기였고 지금은 옥석을 가리는 조정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까지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닷컴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조정기가 이어지겠지만 7∼9월경에는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낙관론’을 제기한 것.

염사장은 흔히 닷컴의 원조라고 불리는 야후도, 닷컴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아마존도 “닷컴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이들 기업조차도 진정한 경쟁력의 근원은 오프라인에 있으며 순수한 닷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염사장의 지론이다.

염사장은 “올해 이미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이 깨졌다”면서 “이런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닷컴기업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닷컴의 경영화두〓온오프라인의 결합이 내년에는 최대의 화두가 될 전망.

염사장은 “닷컴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지고 이른바 굴뚝기업을 디지털화시키는 것이 내년에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야후코리아는 전통기업을 대상으로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 등을 모두 망라한 디지털 통합(Digital Integration)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강대표는 전통기업과 닷컴기업의 화학적 결합이 내년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닷컴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기술적 화두로 △모바일(mobile) △음성 브라우저 △근거리무선통신 △확장성마크업언어(XML) 등을 꼽았다.

이사장은 조금 견해를 달리했다. 그는 “좋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국제화를 추진하며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추는 것이 내년 한해 닷컴기업의 경영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해 닷컴기업의 독자 발전 가능성을 내놓았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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